16세기 대항해 이끈 사각형 지도

16세기 대항해 이끈 사각형 지도
손일의 '네모에 담은 지구'
  • 입력 : 2014. 07.1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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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1512~1594). 현재 벨기에에 속한 뤼펠몬데에서 태어난 그는 탐험과 해양 시대의 서막을 알린 16세기에 유럽 전역에 걸친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당시 최고의 학문적·경제적 가치를 지닌 지리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이용해 지도제작 기업을 일으켰다.

메르카토르는 종교 탄압을 피해 1552년 뒤스부르크로 이주한다. 그 후 17년이 지난 1569년에 제작된 장방형 세계 지도는 유럽인 주도의 빠르고 안전한 대항해 시대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유럽 중심의 세계화를 이루는데 크게 공헌했다.

그의 이름을 딴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잘 알려진 장방형 세계 지도는 사각형 테두리 속 경위선망이 가로세로 수직으로 만나는 것이 특징이다. 경위선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직 경선의 경우 그 간격이 일정하지만 수평 위선의 간격은 고위도로 갈수록 넓어진다. 극지방은 투영법의 한계로 표현할 수 없다.

이 지도는 각도를 제외한 면적·거리·방향 모두를 희생시키면서 제작됐다. 여기서 각도란 지도 상에서 임의의 두 지점을 이은 직선과 지도에서 직선인 경선과 이루는 각(방위각)을 말한다. 메르카토르 세계 지도에서 이 각을 읽은 후 그 각에 나침반을 맞추어 항해하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지도 덕분에 대항해 시대에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원양 항해가 이루어졌다.

재일동포 2세인 손일 부산대 교수가 쓴 '네모에 담은 지구'는 메르카토르 지도학을 집대성해 놓았다. 지도학 연구에 매진해온 지은이가 5년간 각종 자료와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다.

책은 당대 최고의 지도, 지구의 제작자일 뿐만 아니라 과학계의 거인으로 다방면에 걸친 천재성을 발휘한 메르카토르의 인생 여정을 시작으로 메르카토르 도법에 의한 세계 지도의 탄생 과정과 역사적 배경을 풀어냈다. 지도가 과학적 산물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지도전쟁의 사례를 통해 지도의 상징성, 정치성, 문화성도 논했다. 푸른길.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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