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해양생태계의 변화

[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해양생태계의 변화
제주 열대어에 독도 자리돔… 생태지도 급변
  • 입력 : 2014. 08.25(월)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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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주로 서식하는 난류성 어류인 자리돔이 독도에서도 산란하는 사실은 지난 2012년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의 발표에 의해서 공개됐다. 사진은 서귀포시 서건도 자리돔떼.

600년 전에도 발견된 열대바다 '대모거북'
제주바다 아열대성 어류 전체의 과반 차지

최근 제주도 바다는 아열대성 어류가 전체 어류의 51%를 차지할 만큼 생태지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열대바다에나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어류가 발견되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제주가 북방한계선으로 여겨졌던 어류가 독도까지 생활권을 넓히고 있다. 해양생태계의 변화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 조선왕조실록의 '대모거북'

지난 22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포구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대모거북'이 발견됐다. 이 거북은 하도리 바다에서 해양생태계를 조사하던 제주환경운동연합·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곶자왈사람들로 이뤄진 조사단에게 처음 목격됐다. 조사단은 발견된 거북의 형태와 크기 등을 토대로 자료를 검색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된 기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모거북'인 것으로 확인했다.

인도양과 태평양 열대바다에 사는 대모거북은 현대 동물분류학상 한국산 기록이 없다. 몸길이만 50㎝에 달하는 이 대모거북은 바다로 돌아갔지만 어떻게 해서 제주 바다에 출현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다고 이 대모거북의 출현이 기후변화로 인한 제주바다의 생태계 변화상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조선 성종 때인 1486년 편찬한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과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전어지', 1816년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단편적이긴 하지만 '대모거북'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동국여지승람'의 전라 제주목 토산란에 '대모'가 포함돼 있고, '전어지'에는 우리나라 제주도 바다에도 있다고 했으며, '자산어보'는 해구(海龜)를 설명하면서 '배와 등에 대모의 무늬가 있고… 혹시 대모일 것 같다'고 기록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제주도에서 나라에 바치는 토산물 중 대모(玳瑁)가 감귤이나 전복을 제치고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음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신이 은으로 장식한 '대모띠(玳瑁帶)'를 요구해 오는가 하면 왕이 사신을 위해 '대모띠'를 준비했다가 선물로 제공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은 열대바다에 살면서 제주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는 '대모거북'이 사실은 600여 년 전부터 이처럼 귀한 공물로 활용됐던 것이다.

제주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연산호 군락이 전남에 가까운 추자도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은 가지해송과맨드라미산

큰산호붙이히드라

길쭉예쁜이해면

쏠종개무리



# 수온 상승 등으로 감태 소실

지난 7월 7일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제주지역 15개 마을어장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도 본섬 4개 권역(북동·북서·남동·남서)의 12개 어장과 부속 도서권역의 우도·가파도·추자도 3개 어장을 포함해 모두 15개 마을어장을 표본으로 조사한 이 결과는 '2013년도 마을어장 자원생태환경 조사결과 보고서'로 발간됐다.

당시 제주지역 마을어장에서 확인된 해조류는 모두 170종으로 홍조류 65.3%(111종), 갈조류 20.6%(35종), 녹조류 14.1%(24종)의 분포비율을 보였다. 앞서 연구원이 제주시 신촌, 종달, 고내 등 도내 8개 어장을 대상으로 한 2012년도 조사에서는 154종의 해조류가 확인됐고 분포비율은 홍조류 63.6%(98종), 갈조류 20.1%(32종), 녹조류 16.2%(24종)였다.

조사 결과 감태 군락은 함덕(북동부)과 한수(북서부)의 2개 어장에서는 수심 10m 미만에서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양(북동부), 귀일(북서부), 신창(북서부), 무릉(남서부)의 4개 어장에서는 수심 6m 또는 8m 이하에서 소실됐거나 분포밀도가 취약해 소실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특히 다년생 해조류인 감태는 마을어장의 기초생태계에서 가장 건강성을 나타내는 생물학적 중심 종이자 저서동물의 종다양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어장의 생물생산성과 연관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감태 등 해조류 군락이 미약한 서부권역은 소라의 평균 몸길이가 5㎝ 이하로 매우 왜소하고 성게류가 많은 반면 해조류 군락이 발달한 하예(남서부), 태흥(남동부), 삼달(남동부), 시흥(남동부) 등은 소라 평균 몸길이가 5㎝ 이상으로 크고 전복, 오분자기, 홍해삼 등의 자원량도 매우 많았다.

당시 현재민 해양수산연구원 환경자원연구팀장은 "본섬의 어장에서 감태가 소실되는 이유는 수온 상승에다 항포구 개발로 말미암은 조류 변화, 도시 확장에 따른 부산물 유입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주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연산호 군락이 제주도 전역은 물론 행정구역상 제주도이지만 언어와 풍속 등의 면에서는 전남에 가까운 추자도로까지 번지고 있다. 호박돔과 세줄얼게비늘, 주홍감펭, 청줄돔, 가시복, 거북복 등 아열대성 어종이 제주 바다에 정착하면서 전체 출현종의 40%까지 점유하는 것도 특이한 점으로 볼 수 있다.

# 제주 자리돔의 독도 이주

최근 해양수산부가 독도 바닷속 생태지도를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우리가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독도 바다에 서식하는 주요 어류 중의 하나로 '자리돔'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요리로 활용되면서 오랫동안 제주의 특산품으로 여겨져온 자리돔이 이젠 독도까지 북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따뜻한 바다인 제주에서 주로 서식하는 난류성 어류인 자리돔이 독도에서도 산란하는 사실은 지난 2012년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의 발표에 의해서 공개됐다. 당시 연구센터는 독도에서 채집한 자리돔의 외부 형태와 DNA를 분석한 결과 독도에 서식하는 자리돔은 제주에서 이주해온 것으로 판명했다.

'자리돔'이 서식지를 넓히는 것과 동시에 제주바다에 정착하는 아열대성 어류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전체 어종의 과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는 지난해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와 한경면 신창리,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와 남원읍 신흥리, 대정읍 가파도의 5개 마을어장에서 분기별 시험 조업을 한 결과 어획된 전체 어류 중 절반 이상이 아열대성 어류임을 확인했다.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는 총 95종이었으며, 이 중 아열대성 어류가 48종으로 51%를 차지했던 것이다.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아열대성 어류는 청줄돔, 가시복, 거북복, 쥐돔, 꼬리줄나비고기, 철갑둥어 등이다. 주로 필리핀과 대만, 일본 오키나와 연안 등 제주도보다 훨씬 적도에 가까운 바다에 서식하는 어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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