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유산 제주城을 살리자(19)/제5부-제주성의 미래는?](1)다른 지방의 사례

[천년의 유산 제주城을 살리자(19)/제5부-제주성의 미래는?](1)다른 지방의 사례
미래 유산적 가치 주목 체계적인 정비·복원 나서
  • 입력 : 2014. 09.24(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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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원된 한양도성의 정문이었던 숭례문과 성곽. 사진=이윤형기자

성곽은 민중들의 고통과 집단 장인기술이 만든 결정판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성과
한양도성 등도 1970년대부터 정비
제주 이제야 걸음마… 보고서 전무


우리나라는 예부터 성곽의 나라라고 일컬어졌다. 조선시대(세조 2년 1456년) 집현전 직제학이었던 양성지가 "우리 동방은 성곽의 나라"라고 표현할 정도로 성곽이 도처에 들어섰다.

왕조시대부터 우리나라 각 지방도시는 읍성을 중심으로 형성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어느 곳을 가나 성곽은 흔히 마주하는 역사문화유산이다. 현재도 100여 곳의 읍성이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여기에 산성을 더하면 성곽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100여 읍성 가운데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14개소이다. 중요민속문화재가 1곳, 시도기념물로 지정된 곳이 18곳, 문화재자료가 7곳이다. 제주성은 도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성곽은 단순한 랜드마크가 아니다. 그것은 곧 역사이자 시대의 변천을 담은 자화상이다. 각 지역의 성곽에는 수백 년 축적된 역사층위가 아로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성곽은 이름없는 민중들의 땀과 고통, 집단 장인기술의 만들어낸 결정판으로 꼽힌다. 때문에 각 지자체는 성곽 유산 보존·정비를 통해 역사문화자원으로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장기플랜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남한산성은 유사시 임시수도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축조된 유일한 산성 도시이다. 험한 지형을 활용하여 성곽과 방어시설을 구축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축성술의 시대별 발달 단계와 무기 체계의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경기도는 남한산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아래 체계적인 발굴과 정비복원을 거쳤다. 1998년부터 행궁 1차 발굴을 시작으로 8차까지 발굴이 이뤄졌으며, 성벽복원을 위한 발굴도 진행됐다. 2010년에는 행궁 및 성곽 복원 완료로 세계유산 등재요소를 갖추게 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남한산성 중장기종합정비계획에 따라 치밀하게 진행됐다.

서울시 역시 한양도성(서울성곽)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마스터플랜을 수립 집중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한양도성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도읍의 성곽으로서 기능을 수행했다. 수백 년 동안 우리나라 권력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한양도성 역시 일제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유린됐다. 제주성을 비롯 전국 대부분의 성곽이 그렇듯이 성곽 파괴의 주체는 일제였다.

서울시는 일제에 의해 파괴되고, 이후 개발과정에서 훼손된 한양도성을 1975년부터 체계적인 계획아래 본격 정비에 나섰다. 그 결과 2012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서울시는 또 올해까지 전체 18.627㎞ 중 성곽 중 도로나 주택으로 끊긴 5km 구간을 연결 전체를 잇는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아직 복원되지 않은 돈의문 등 성문도 장기 계획아래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시장 공관 역시 성곽 복원을 위해 이전키로 결정했다.

사진 위부터 면천읍성 남문복원 공사를 위한 발굴현장, 안산읍성의 복원된 관아지, 나주성 성문이다. 나주성 성문의 경우 성곽이 허물어진 곳은 바닥에 성곽 표시를 해놓고 있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전남 나주시는 수년 전부터 나주읍성의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나주읍성 등 역사문화자원을 활용 도시 활성화를 꾀하자는 취지에서다. 나주읍성은 길이 약 3.5km에 이른다. 제주성과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에 읍성 및 4대문이 철거됐다.

나주시는 1993년에는 남문을, 2006년에는 동문을 복원하는 등 차례로 일제가 훼철한 성곽을 정비 역사문화 자원화에 나서고 있다. 끊어진 성벽의 경우는 가급적 원형 복원을 원칙으로 하면서 불가피한 경우 도로바닥에 성벽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정비에 나서고 있다. 나주시는 나주목 관아복원 및 개발계획을 비롯한 수차례의 관련 용역을 통해 체계적인 발굴과 정비방향을 마련 장기적인 계획아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 당진시의 경우 이미 2007년에 292억원이 투입되는 면천읍성 정비복원 기본계획을 마련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에 걸쳐 발굴·정비·보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면천읍성은 조선시대 서해안을 방어하던 중요한 요충지였으나 도시화 과정에서 쇠락해지면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당진시는 면천읍성 정비·복원을 통해 지역문화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역점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따라 1, 2, 3단계에 걸쳐 토지매입과 관아건물·성곽· 성문 등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체성 발굴은 거의 끝난 단계로 본격적으로 관아지 발굴을 통해 건물 등을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충남 서산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읍성 가운데 처음 사적으로 지정됐다. 천주교 박해와 관련해서도 유명한 해미읍성은 1980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12차례의 발굴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를 토대로 1999년부터 2010년에 걸쳐 성곽과 성문시설 복원 등 집중적인 정비가 이뤄졌다. 경기도 안산읍성 등도 관아지를 복원하는 등 본격 정비를 위한 발굴 및 토지매입 계획 등을 수립하는 단계다.

이처럼 전국 지자체는 성곽의 미래유산적 가치에 주목하며 오래전부터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발굴에 이은 복원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제주성은 이제야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제주성의 경우 아직까지 본격 발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벽 대부분이 훼철되고 건물지 등도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종합발굴보고서 조차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탐라시대 이래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제주성의 축성 및 훼손 과정, 실태 규명 등을 통해 체계적인 정비복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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