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클린하우스 눈치 좀 보면서 사용합시다

[백록담]클린하우스 눈치 좀 보면서 사용합시다
  • 입력 : 2014. 10.06(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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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는 물론이고 도심 곳곳에 설치된 클린하우스(Clean house)와 마주칠 적마다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수거함이 넘쳐 주변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더미서부터, 접지도 않고 버린 커다란 종이상자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기 다반사다. 종이상자를 펼쳐 접어서 내놓는게 그리도 힘들까? 처리비용을 아끼기 위해 신고하지 않고 불법으로 버린 대형폐기물도 자주 목격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주시 공무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부서가 생활쓰레기 담당부서란다. 이름만큼 '클린'한 생활공간으로 사용하기가 그렇게 힘든 일일까?

제주시가 생활쓰레기 선진배출시스템인 클린하우스를 도입, 주택가 유휴공간에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비가림시설안에 소각용 일반쓰레기,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 등을 별도로 배출하는 수거함을 각각 설치해 배출토록 하는 위생적인 수거방식이다. 전국 처음으로 도입한 클린하우스는 전국 지자체에서 앞다퉈 벤치마킹에 나설만큼 화제를 뿌렸다.

클린하우스 설치는 단계적으로 확대돼 2009년까지 제주시 19개 모든 동에 10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를 마쳤으니 이젠 정착될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불법으로 내다버려도 선별수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일단 내다버리기만 하면 청소차량이 모두 수거해가니 일부에선 이를 악용하기까지 한다.

일부 시민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행정에서도 클린하우스의 재활용품 배출시스템 정착 등을 위해 할 일이 적지 않다.

유리나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하나의 수거함에 통합 수거하는 현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클린하우스 운영 초기에는 유리병을 별도 배출하는 수거함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캔·고철·플라스틱·유리병 등을 통합 수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재활용품을 통합 수거해 폐기물처리장에서 다시 분리하는 방식은 재활용률 제고 측면에서 보더라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재활용품 얘기를 하자면 과자·라면봉지와 1회용 비닐봉투 분리수거 확대에 뒷짐지고 있는 행정의 무책임함을 또 지적해야 한다. 고형연료로 재활용이 가능한 폐비닐류는 도내에서 발생하는 총 폐기물의 약 6%정도로 추산되는데, 현재는 대부분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제주시에서 자원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49곳에서 필름류 분리수거 시범사업에 들어가 별도 수거함을 설치 운영해 왔는데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척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작년 제주시 지역에선 폐기물소각장 용량 포화로 클린하우스 쓰레기 수거가 하루 이틀 이뤄지지 않은 날이 며칠 있었고, 주민들은 악취와 미관을 흐린다며 불편을 제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네 일상에서 많든 적든 쓰레기는 매일처럼 발생하고, 클린하우스 가동이 하루만 멈춰서도 골목골목마다 야단법석이다. 공동시설인 클린하우스를 이용하는 모두에게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저분한 클린하우스엔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내다버리기는 쉽다. '남들도 다 그러는데' 하는 일종의 동지의식(?)까지 작용한다. 하지만 반대로 남들이 제대로 쓰레기를 버리는 데 나 혼자만 대충 하기란 어렵다. 이웃들 눈치가 보여서다. "쓰레기, 제발 남의 눈치도 좀 보면서 버립시다"라는 문구라도 큼지막하게 써붙이면 좀 나아질까 생각케 하는 현실이 아쉽다. <문미숙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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