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해서 무엇이 바뀌냐 묻는다면

데모해서 무엇이 바뀌냐 묻는다면
오구마 에이지의 '사회를 바꾸려면'
  • 입력 : 2014. 10.1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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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봉착한 대의제 민주주의
직접 행동과 참여가 사회 바꿔

'나'의 생각이 대표되는 사회를

2011년 12월 일본 아사히신문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지진 후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사람이 71%로 나타났다. 데모에 정치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응답자는 44%였다. 그러나 데모 참가에 저항감이 든다고 대답한 사람이 63%로 드러났다.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 중 "세상은 간단히 바뀌지 않는다"는 이유를 댄 경우가 67%를 차지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현재의 사회를 바꾸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제로 바꿀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게이오대 역사사회학 교수인 오구마 에이지의 '사회를 바꾸려면'은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갖고 있는 사회 문제에 주목한 책이다. 일본의 원자력발전 반대운동의 기운이 높아가는 시기에 쓰여진 책이지만 그보다 폭넓은 문제를 다뤘다.

지은이는 탈공업화의 조류가 세계 각지 사람들을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했다고 본다. 고용과 가족은 불안정해지고 격차는 심화된다. '나'는 정당에 의해 대표되지 못하고 갈수록 정치가 불안해진다. 이런 가운데 돌발적인 인기를 얻는 정치가나 극우 정당이 보수정당이나 노동정당을 위협한다.

책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직접 행동과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데모를 해서 무엇이 바뀌는가"란 질문에 "데모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답한다. 대화를 해서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하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회, 대화가 가능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일러준다.

데모라는 말은 데모스 크라토스(demos cratos)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이는 민중의 힘(피플즈 파워)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데모를 통한 직접 행동과 참여는 "나의 생각이 대표된다"는 의식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소수일지라도 행동은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숫자가 많을 필요도 없다. 한 사람의 행동. 한 장의 사진, 한 편의 시로도 충분하다.

혹자는 데모보다 투표가 낫다거나 로비를 통해 정치가를 움직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할 지 모른다. 오구마 교수는 이같은 사고방식이 대단히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나는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탈원전 데모에 나선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생각이 전혀 없는 정부가 자신들을 무시하고 기득권을 장악한 세력끼리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상황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바람을 가졌다. 지은이는 "이는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품고 있는 보편적인 생각"이라며 "시대와 지역에 따라 문제가 세상에 드러나는 형태는 다르지만 이런 보편적인 생각과 연결될 때 일어나는 운동은 커다란 힘을 지닌다"고 말했다. 전형배 옮김. 동아시아.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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