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오는 전차… 당신의 선택은

달려오는 전차… 당신의 선택은
토머스 캐스카트의 '누구를 구할 것인가'
  • 입력 : 2014. 12.05(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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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풀린 전차(트롤리)가 질주하고 있다. 앞쪽 선로에는 인부 다섯 명이 있고 갈라진 선로에는 한 명이 있다. 당신이 선로를 바꿀 수 있다면 그대로 다섯 명을 치게 할 것인가, 방향을 틀어 한 명만 희생시킬 것인가.

이런 상황은 어떤가. 앞쪽 선로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하지만 선로는 바꿀 수 없다. 이 다섯 명의 인부를 살리는 방법은 무거운 물체를 떨어뜨려 전차의 진행을 막는 것 뿐이다. 당신이 육교 위에서 이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고 마침 앞에 엄청난 뚱보가 서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대프니 존스는 인부 한 명을 죽이는 대신 다른 인부 다섯 명의 목숨을 살렸다. 검사 측은 대프니 존스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브레이크가 풀린 전차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선로 전환기를 조작해 인부 다섯 명을 살리고 다른 선로에 있던 인부 한 명을 죽인 대프니 존스는 과연 유죄일까, 무죄일까.

토머스 캐스카트가 쓴 '누구를 구할 것인가?'는 딜레마 상황 '트롤리 문제'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연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첫 토론 주제로 삼았던 바로 그 문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불러온 리먼브라더스 사태나 지난 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 등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한 개인의 윤리적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러준다.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마주치는 도덕적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어떤 이는 도덕적 직관에, 어떤 이는 그저 느낌에, 또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도 될까. 당장 누군가의 목숨이 내 손에, 내 판단에 달렸다면 그렇게 간단히 결정하기는 어렵다.

트롤리 문제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윤리적 결정을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더라도 개인의 권리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칸트, 니체, 벤담, 아퀴나스, 피터 싱어 등 쟁쟁한 철학자들을 등에 업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도덕적 딜레마를 푸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노승영 옮김. 문학동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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