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人터뷰]고태호 가락동 시장 경매사

[한라人터뷰]고태호 가락동 시장 경매사
  • 입력 : 2014. 12.12(금) 00:00
  • 서울=부미현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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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고태호 경매사는 "시장이 원하는 감귤을 생산할 수 있도록 산지와 상인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 제주 감귤의 품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산지와 상인 가교 역할 자긍심"
감귤 도매상이던 아버지 권유로 경매사 길
"매일 새벽 고향 품목인 감귤 제값받기 위해
중도매인과 보이지 않는 싸움 벌이기도 해요"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국내 유통되는 농수산물의 가격형성의 중추역할을 하는 곳이다. 감귤 출하시기가 되면 온 제주도민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결정된 거래가는 농민들에게는 한 해 농사를 평가받는 성적표와 같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이곳 서울청과에서 경매사로 활동하고 있는 제주 출신의 고태호(40) 경매사(서울청과 과장)를 만났다. 서울청과는 우리나라 과일 유통시장에서는 삼성에 비유할 수 있는 곳이다.

고 경매사는 도내에서 초·중·고, 대학교까지 졸업한 뒤 감귤 도매상이던 아버지의 권유로 경매사의 길을 걷게 됐다. 1998년 광주 소재 도매시장법인에 입사한 이후 2000년 제7회 경매사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경매사는 자격증을 받은 이후에도 상품성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을 때 비로소 마이크를 잡게 된다.

이날 새벽 2시반에서 3시반까지 진행된 경매를 마친 고 경매사는 "오늘은 비교적 감귤 가격이 잘 나온 것같아 기분이 좋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고 경매사는 "사실 지난 10월 출하가 시작된 이후 감귤 가격 성적은 매우 초라했다"며 "그나마 최근 눈,비가 잦은 날씨탓에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조금이나마 오르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에게 고향 품목인 감귤의 경매를 담당하는 일이 녹록지만은 않은 일이다. 매일 조금이라도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려는 중도매인들을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는데도 감귤 가격이 나쁠 때는 고향사람들로부터 볼멘소리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 경매사는 "공정한 가격 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경매사들은 경매하는 순간에는 준공무원 신분이 되기에 그렇다. 그래도 경매사들은 산지 농민 입장을 반영하는 위치여서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애쓴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경매에서 그날의 물동량을 보며 경매 속도를 빨리하거나, 천천히 해 상인들의 애를 태우는 기술을 발휘하며 가격을 조율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경매 시작 전 견본으로 포장을 뜯어놓은 상자에서 눈에 보이는 썩은 감귤을 몰래 주머니에 감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밤낮이 바뀐 삶, 가격 결정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경매사라는 직업은 고된 직업이라고 고 경매사는 말했다. 하지만 고 경매사는 "매일 새벽 저를 통해 결정된 거래가격으로 농산물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때는 자긍심을 느낀다"며 "시장이 원하는 감귤을 생산할 수 있도록 산지와 상인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 제주 감귤의 품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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