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안전도시'에 걸맞는 치안대책을

[백록담]'안전도시'에 걸맞는 치안대책을
  • 입력 : 2015. 02.02(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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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창문에 돌이 날아 들었다. 결국엔 나머지 창문마저 모두 깨지고, 방화로까지 이어졌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한 결과다. 작은 문제를 무시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무질서·범죄가 확산, 도시 전체가 무법천지(無法天地)로 치달을 수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e Theory)'이다.

이론은 1969년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에서 비롯됐다. 골목에 자동차 두 대를 세워놨다. 한 대는 보닛만 열린, 다른 한 대는 보닛이 열리고 유리창도 조금 깨진 상태였다. 1주일 후 두 자동차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보닛만 열린 차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반면 유리창이 깨진 차는 배터리·바퀴가 없어지고, 낙서와 파괴 흔적이 가득한 고철로 변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이 이론에 주목했다. 길거리 낙서를 지우고 경범죄 단속을 강화하자 범죄 발생건수가 75%나 급감했다. 연간 60만건 이상 범죄가 잇따르던 지하철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범죄율이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면서 나타난 효과였다.

얼마 전 대검찰청이 '2014 범죄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분석 결과 2013년 기준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 수원(4만349건)이었다. 경남 창원(3만9892건), 서울 강남(3만8408건)이 그 뒤를 잇는다.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건수는 서울 중구(1만1858건), 대구 중구(1만1708건), 부산 강서구(1만916건) 등 순이다. 범죄 유형별로 살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절도의 경우 제주도는 10만명당 982.5건으로 전국 최고다. 전국 평균(568.2건) 보다 1.7배 가량 높을 뿐만 아니라 남양주(279.5건), 용인(304.9건), 파주(332.8건)를 크게 웃돈다. 살인은 논산(10만명당 7.9건)에 이어 두번째(5.1건)다. 성폭력 또한 경산(76.8건)에 이어 두번째(75.6건)다.

범죄를 줄이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남양주시는 각종 범죄가 크게 줄면서 '안전한 도시'로 선정됐다. 절도, 도박, 상해, 성폭력 등 4개 분야는 최저를 기록했다. 안전한 도시를 위한 남양주시 및 남양주경찰의 노력 덕분이다. 경찰은 지리적 프로파일링시스템 분석을 통해 강·절도가 빈번하던 지역을 중심으로 '형사 둘레길 순찰'을 도입했다. 주택가를 돌며 방범 미비점을 알리는 '안심메시지 순찰'도 병행했다. 남양주시는 지역내 골목길과 범죄취약지역, 어린이보호구역, 도시공원·놀이터 등 105곳에 방범용 CCTV 2220대를 설치했다.

서울 용산구는 '방범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어두운 길바닥에는 조명등을 설치했다. 현관에는 뒷사람이 비치는 반사필름을 부착했다. 도심공원은 밖에서도 훤히 보일 수 있도록 배치·디자인을 바꿨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이다. 그 결과 빈집털이가 절반 가까이나 줄었다. 공원에서 발생하던 각종 범죄도 1/3이상 감소했다.

제주는 세계보건기구가 공인한 '국제안전도시'다. 2007년 지정에 이어 2012년에는 재공인을 받았다. '안전도시'란 하나의 지역사회가 이미 완전하게 안전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건·사고로 인한 손상을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치솟는 범죄율을 보면 안전도시인지 의구심이 앞선다. 능동적 노력은 고사하고 명성에 취해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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