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97)겨울 비양도

[그곳에 가고 싶다](97)겨울 비양도
  • 입력 : 2015. 02.13(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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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에서 바라본 겨울 한라산. 표성준기자

비양봉 정상서 마주한 눈덮인 한라산
바다 한가운데 솟아오른 화산체
가장 최근 분출화산 기록 전해져
호니토 등 천연기념물도 볼거리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변은 백사장과 옥빛 바닷물이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지 중에서도 명소로 꼽힌다. 게다가 백사장에서 정면에 보이는 비양도는 협재해변의 경관을 더욱 빛내준다. 그렇다면 겨울 비양도는 어떨까? 제주섬에서 바라보는 겨울 비양도, 비양도에서 바라보는 겨울 제주섬의 운치를 느껴기 위해 배에 올랐다.

비양도를 가기 위해서는 한림항 동쪽의 도선 대합실을 이용하면 된다. 오전 9시, 낮 12시, 오후 3시까지 하루 세번 도항선이 왕복한다. 바닷길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3㎞ 정도 거리 뱃길이니 10분 안팎이면 닿을 수 있다.

한림항을 출발한 도항선은 비양도 압개 포구로 들어선다. 비양도 마을은 이 포구를 중심으로 동서를 향해 길게 형성돼 있다. 해안선 길이 3.5㎞인 비양도를 방문하면 우선 섬 한가운데 솟은 비양봉을 올라 섬 전체를 관망하는 것이 좋다. 비고 114m의 비양봉은 데크 시설이 완비돼 오르고 내리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데크를 오르다 보면 대나무숲이 길게 펼쳐진다. 과거에 대섬이라 불렸던 비양도는 1702년 제작한 이형상 제주목사의 '탐라순력도' 중 '비양방록'을 통해서도 당시 대나무가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양방록 속 대나무가 오름 저지대에 그려진 것에 반해 지금은 오름 정상 부근에 집중된 것이 다르다. 제주섬의 부속섬들 중 대섬이라 불리던 곳들은 대부분 화살이나 생활도구를 제작하기 위해 대나무를 심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나무숲을 통과하니 대륙에서 불어온 서북풍이 온몸을 밀어낸다. 자연스레 몸을 돌려 바람을 등지면 눈덮인 한라산에 넋을 놓게 된다. 비양도 정상에서 맑은 날 겨울 한라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비양도를 찾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비양도 탄생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제주 바다 한가운데 산이 솟아나왔는데 산꼭대기에서 4개의 구멍이 뚫리고 닷새 동안 붉은 물이 흘러나온 뒤 그 물이 엉키어 기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역사시대의 화산활동 기록이다.

비양봉에서 내려온 다음에는 해안길을 따라 비양도를 일주할 수 있다. 비양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에 화산활동이 일어난 곳이어서 해안 어디에서나 비양도 탄생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 살아있는 화산박물관이라 부를 정도다. 특히 애기업은 바위라 불리는 호니토는 제주도 내에서도 유일하게 비양도에만 분포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특이한 바위다.

이 호니토 주변으로 40개의 호니토가 줄지어 분포돼 있으며, 애기업은 바위는 이 중에서도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애기업은 바위는 비양도 탄생 전설도 연상케 한다. 제주도가 펴낸 '제주도전설지'와 제주문화원이 펴낸 '제주전설집2'에 나오는 아기 밴 부인과 임신한 해녀가 그렇다.

호니토를 지나면 섬 속의 호수 비양도펄랑호가 나타난다. 이 작은 섬에 어찌 이렇게 큰 호수가 있나 싶더니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주민들이 만든 호수라고 한다. 해일 피해를 입자 제방을 축조해 바다와 차단시켜 생겨난 인공호수다. 느린 걸음으로도 3시간 만에 오름 정상과 해안선 일주까지 겨울 비양도 일정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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