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99)새별오름 들불축제 방애불 놓기

[그곳에 가고 싶다](99)새별오름 들불축제 방애불 놓기
  • 입력 : 2015. 03.06(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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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제주인 지혜 담긴 목축문화의 현장
중산간 방목장 늦겨울서 초봄 사이 들불
해묵은 풀·해충 구제로 양질 목초 공급

제주도는 고려 충렬왕 때인 1276년 몽골마 160필이 들어온 이래 조선후기까지 줄곧 군마 생산기지로 이름을 떨치고 목축도 성업했다. 조선시대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발 200~600m 지대를 10개 권역으로 나눠 군마 등을 생산하고, 일제강점기에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116개의 마을공동목장이 운영되다 광복 후에도 유지됐을 정도다. 제주들불축제의 방애불 놓기는 이러한 목축문화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들불놓기를 제주어로는 '방애(화입) 놓는다'고 했다. 지금은 목축 농가가 많이 줄어들고 중산간 지역까지 개발되면서 방애불 놓기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늦겨울과 초봄 사이 중산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제주도의 목축 농가들은 농번기가 끝나면 중산간의 마을공동목장에 우마를 방목했다. 방애불 놓기는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해 양질의 목초를 공급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였다.

지금은 산불이 환경 최악의 재난으로 분류되지만 옛 제주인들은 일부러 중산간 방목장에 불을 놓았다. 한두 군데도 아닌 중산간 일대 여러 방목지에서 일제히 불을 놓는 장면은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제주들불축제는 바로 이러한 제주의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승화시킨 생활문화축제이다. 축제장인 새별오름 일대는 고려 말 최영 장군이 목호를 토벌할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역사의 현장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번 축제는 방애불 놓기의 정신을 살려 서귀포시민 쉼터 부스를 마련하고, 외국인을 위한 전용카페를 운영한다. 들불축제와 연계해 도내 관광지에 대해 관광객과 도민을 대상으로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고질적인 주차난과 교통난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새별오름 일대에 승용차 1만여대가 동시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확보하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도 확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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