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1부 제주 왕벚의 세계화](4)어떻게 할 것인가

[광복 70년·수교 50년 제주와 일본을 말하다/제1부 제주 왕벚의 세계화](4)어떻게 할 것인가
'제주 왕벚꽃축제' 원산지 이점 극대화 전략 필요
  • 입력 : 2015. 03.30(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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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왕벚꽃축제는 매년 개최 장소와 시기 문제로 원산지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제주왕벚꽃축제' 마지막날인 29일 제주시종합경기장에서 왕벚꽃길을 따라 걷는 시민건강걷기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제주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개최 장소·개화 시기로 축제 오락가락 정체성 흔들
자생지 관리도 허점… 후속 천연기념물 지정 손놓아
왕벚 등 벚나무류 10여종 분포 대규모 숲 조성 필요성


원산지인 제주에서 열리는 왕벚꽃축제는 매년 축제 장소와 개화 시기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제주 왕벚꽃축제는 개화시기로 인해 늘 고민거리였다. 2002년에는 4월 4∼7일로 축제 일정을 잡았다가 왕벚나무가 꽃망울을 너무 일찍 터뜨리는 바람에 나무 밑에 선박용 통얼음을 깔아 만개 시기를 늦추는 등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개최 장소를 놓고도 골머리를 앓아왔다. 전농로에서 열리던 축제가 종합경기장, 시민복지타운, 다시 종합경기장으로 옮겨가며 정체성을 잃었다.

올해로 24회째 이어온 제주왕벚꽃축제는 여전히 먹거리가 주종을 이루는 '동네축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형적 포장을 위한 경제효과 수치도 도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원산지를 무색케하는 제주왕벚꽃축제의 부실은 아이디어의 빈곤과 비전·기획력 부재의 원인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제안이 제기됐지만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다. 그동안 체계적으로 토종 벚나무를 심고 가꾸었다면 원산지의 위용을 드높이는 세계적인 자원으로 성공하고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왕벚나무 원산지인 제주에서의 왕벚꽃 축제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계에 따르면 벚나무는 우리나라에 16종이 분포하는데 그 중 13종이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에도 자라고 있다. 이 중에서도 벚나무 중 으뜸인 왕벚나무 원산지가 바로 제주다.

제주에서 벚꽃이 개화하는 시기는 해안지대에서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고도별로 다르다. 기상 여건이 다르기도 하지만 다른 품종의 벚나무가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벚나무는 품종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꽃을 피운다. 개화시기도 수종에 따라 3월 하순에서부터 5월초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특징을 갖는다. 자생 벚나무가 많은 한라산 관음사 야영장 일대에는 한달 가량 개화한 벚나무를 볼 수 있다. 축제장소를 전향적으로 변경하는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다양한 수종으로 대규모 벚나무 단지를 조성하는 제안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관련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서귀포시 한남시험림 일대에 제주토종 왕벚나무를 비롯해 명품 벚나무숲 단지 10ha 조성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관심을 모은다.

왕벚나무 자생지 관리도 허점 투성이다. 토종 왕벚나무가 빗자루병에 감염되고 외부의 간섭에 의해 고사위기에 직면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013년 4월에는 제주시 관음사 경내에 있는 도기념물 왕벚나무 4그루 중 2그루에 누군가가 구멍을 뚫고 농약을 주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제주가 세계적인 왕벚나무 자생지라는 사실에 오점을 남기는 사례로 기록될 만한 일이었다.

원산지를 둘러싼 일본과의 벚꽃전쟁에서 최강의 무기는 자생지다. 왕벚나무 자생지는 그동안 학계의 지속적 노력으로 한라산 일원에서 100여곳의 자생지가 발견되고 새로운 종에 대한 연구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의 왕벚나무 자생지는 1960년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두 곳(신례리, 봉개동)이 전부다. 천연기념물 지정 등 후속 보존관리대책이 매우 허술하다는 비판이 따른다. 한라산과 도 전역을 대상으로 왕벚나무 자생지에 대한 조사 검토를 거쳐 천연기념물이나 도기념물로 추가 지정하기 위한 후속대책이 매우 절실하다.

[전문가 리포트/김찬수 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왕벚나무의 힘… 세계화의 씨앗


워싱턴D.C 벚꽃축제 2주간 성황
뉴욕의 벚꽃축제는 4월말에 열려
모두 일본이 기증… 제주왕벚은?

뉴욕 벚꽃축제를 아십니까? 물론 요즘은 워싱턴의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이 벚꽃축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축제 중의 하나로 대략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참여한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수많은 행사가 개최되고 있는데 그 종류가 무려 200가지에 달한다. 이 기간엔 매일 새로운 행사를 알리는 프레스센터가 운영된다. 이 축제는 해마다 3월 28일부터 4월 12일까지 열리는데, 워싱턴 벚꽃축제가 이 기간에 열리는 것은 이 지역의 벚꽃 개화최성일이 평균 4월 4일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대체로 개화기간은 개화최성일 전후 약 1주일간으로 전체 2주일이 되는데 워싱턴의 벚꽃 축제는 바로 이 기간에 열리는 것이다.

뉴욕의 벚꽃 축제는 부루클린식물원의 벚꽃축제다. 이 식물원은 1915년에 개장하여 100년을 맞이하는 전통의 식물원이다. 워싱턴 벚꽃축제보다 한 달 늦은 4월 28일부터 열린다. 이 식물원에는 200여 그루의 벚나무가 있다. 이 곳 벚꽃의 특징은 축축 늘어지는 수양버들 같은 올벚나무가 많다는 것이다. 연못에 비친 이 꽃의 그림자는 정말 환상적이다.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얕보지 마시라. 규모가 작다고 깔보지 마시라. 바로 인접해서 뉴욕박물관이 있고, 타임스퀘어, 각 종 금융회사가 밀집한 월가가 있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뉴욕이다. 이 작은 식물원의 벚꽃 축제에도 워싱턴디시의 그것과 맞먹는 100만 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몰려온다.

워싱턴과 뉴욕 벚꽃축제의 공통점은 인기가 있다는 것 말고도 있다. 바로 일본이 기증한 벚꽃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워싱턴디시의 벚꽃을 100여 년 전 일본이 기증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뉴욕 부루클린식물원의 벚꽃도 2차 대전 이후에 일본이 기증한 것이다.

한국인이 해외에 벚꽃을 심은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3년 4월 8일 미국 아메리카대학교에 이 대학 총장 폴 더글러스박사와 함께 심은 것이 최초일 것이다. 이 때 심은 나무는 4그루였는데 지금은 세 그루가 남아 있으며, 노령기에 접어들어 매우 쇠잔해 있다. 그래도 이 세 그루가 남아 있어서 이 벚꽃의 스며있는 이야기가 새겨진 동판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학교는 그 의미를 살려 한국정원을 조성했을 정도며, 이러한 역사로 인한 이 대학교 우리 유학생들의 자긍심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워싱턴, 뉴욕, 아메리카대학교의 벚꽃을 보면 꽃나무 한 그루에도 어떤 문화와 그에 수반한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외에도 나무를 많이 심어야하는 것이다. 2010년 4월 10일, 서귀포 칼호텔에서 산림청장, 아메리카대학교 국제대학 굿맨학장, 김형국 숙명여대 법대학장 등이 참석하여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때 국립산림과학원과 아메리카대학교가 상호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그 첫 사업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왕벚나무 19그루를 기증했다. 현재 제주도 자생하는 나무에서 증식한 10그루, 이승만 전 대통령이 심은 아메리카대학교 교정의 벚나무 3그루에서 각 3그루씩 증식한 나무 9그루다.

그 후 2011년 3월 18일엔 무궁화, 진달래, 산철쭉 등 31수종 231그루, 원추리 등 야생화 11종 300포기 총 42종 533본을 기증해 심었다. 이러한 한국의 꽃들은 앞으로 영원히 미국에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제주 자생 왕벚나무는 정말 아름답다. 정말 다행인 것은 지금 전 세계에 널리 심겨진 나무들보다 더 아름다운 자원들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씨앗이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벚꽃잔치는 거의 100년을 이어오고 있다.

한 번 심은 나무는 이렇게 질길 정도로 오랫동안 그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힘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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