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제주에서 야쿠시마 다시 보기

[편집국 25시]제주에서 야쿠시마 다시 보기
  • 입력 : 2015. 05.07(목)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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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현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져 있는 섬, 야쿠시마. 인구 1만명이 갓 넘는 곳이지만 매년 30만명 이상이 발걸음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원시림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

천년 단위로 제 모습을 달리해 온 삼나무 군락지는 야쿠시마의 상징이다. 예부터 이곳 사람들은 1000년 이상 살아낸 삼나무를 '야쿠스기'라고 부르며 신성히 여겼다. 오늘날에는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아픈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17세기부터 이어져온 벌목은 일본의 고도 성장기인 1960년대에 절정에 달했다. 수천년을 살아온 삼나무도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힘 없이 베어졌다.

변화는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움직임에서 움텄다. 사람들은 1970년부터 벌목을 중단했고 산림을 지키는 일에 힘을 쏟았다. 주민들이 제정한 '야쿠시마 헌장'에는 자연 가치를 보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야쿠시마세계자연유산센터와 환경문화재단이 중심이 된 지속적인 연구와 교육은 자연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단단한 협력 체계다. 환경문화재단은 팬클럽 제도 등을 통해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면서 개인과 기업이 자연 보호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자연 보전을 위한 각종 사업에 쓰인다.

그러나 제주에선 이러한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2007년 이후 마련된 '제주 세계자연유산 보전 및 활용계획(2009~2020)'에는 순환근무제 등 행정조직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자연유산운영재단을 설립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사실상 멈춰있다. 이로 인해 유산관리 기금 모금, 해설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한 논의도 빛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행정 주도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참여를 이끌고 있는 야쿠시마의 사례를 제주도가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지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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