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돈 아까운 용역

[편집국 25시]돈 아까운 용역
  • 입력 : 2015. 05.14(목) 00:00
  • 오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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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쯤 같다. 제주시 노형에 거주하는 한 지인이 여중을 선호하는 딸 아이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신제주지역에 남녀공학이 많은데 왜 굳이 먼 곳에 있는 여중일까.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의 신체적 이유가 컸다. 지인에 따르면 자신만이 아닌 딸 아이를 둔 대다수 엄마들의 고민이라고 했다.

신제주 지역의 여중 설립은 이 지역주민들의 숙원사항 중 하나다. 이처럼 원거리통학의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선택권 존중을 위해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제주자치도 중학교 학교군(구) 조정 및 제주시 서부지역 중학교 설립 검토 연구 용역'을 추진했다. 최종 결과보고서는 지난 7일 납품됐다.

용역팀은 서부지역 중학교 설립 검토 연구 결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지만 대안으로 신설보다 기존 여중을 이설하거나 기존 학교 학급수를 늘리는 방법도 제안했다.

이러한 결과에 제주도교육청은 혼란상태에 빠졌다. 기자들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신설인지, 이설인지 향후 정책방향을 물어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중학교 학교군 조정은 용역을 토대로 이달 안에 고시안을 만들겠다면서 신·이설 방향 결정은 올해 안도 빠듯할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이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듯 하다. 지난 12일 열린 용역 보고에서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실 용역'을 꼬집었다. 너무나 상식적인, 두루뭉술한 용역 결과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경식 의원은 "돈을 들여 용역을 했으면 '아, 맞다.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것이 떠올라야 하는데 해결방안이 딱 떠오르느냐. 감이라도 오느냐"며 집행부를 압박했다. 오죽했으면 "이 정도면 저도 할 수 있을 정도"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용역은 끝이 났는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청이 어떤 정책 결정을 내릴지 진정 기대된다. <오은지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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