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사교육을 권장하는 공교육

[목요담론]사교육을 권장하는 공교육
  • 입력 : 2015. 06.04(목)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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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6월이다. 정신없던 신학기는 벌써 종착역에 이르고 있다. 3번째라고 너무 얕봤다. 6년 만에 다시 하는 초등학교 1학년 엄마 노릇, 만만한 게 아니었다.

내 아이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지금은 조금 못하지만 후에는 아주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갖던 능숙한 엄마에게 있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시간은 너무 잔인한 봄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대비한 사전 선행학습을 안 시킨 대가였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은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알림장, 문장 받아쓰기, 사칙연산이 있는 수학익힘 등은 아이와 엄마에게 있어 어려운 과제였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딸아이를 보며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다. 우리 아이만 그럴까? 초등학교도 선행학습을 위한 보습학원을 보내야 하나?

지난 3월 말 학부모 상담주간에 전화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우리 딸이 한글이 미숙하기 때문에 알림장을 잘 받아쓰지 못하고 있고 이해력이 떨어져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뒤에도 한 번 더 학원학습을 시키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당시는 우리 아이에게 해가 될까봐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교육감은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새로운 제주교육을 만들겠다고 했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엔 학원에서의 선행학습요구도 포함되어 있을까? 이미 선행학습을 통해 한글과 수학을 터득하고 온 대부분의 학생들 때문에, 교육의 평준화를 위한 교사편의에서 나온 생각이었을까?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을 사교육을 통해 우선 받고 오라고 요구하는 현실은 결국 아이의 성적이 엄마의 성적이 되고 부모의 의무로 평가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말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핀란드, 독일 등 6개국 수학교육과정 국제 비교 컨퍼런스가 열렸다. 우리나라 초·중학교 학생의 학업성취도 수준은 최상위권이었지만 동기부여지수, 자신감, 흥미도 등은 바닥수준을 면치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성적과 학습시간의 상관성을 조사한 '학업 효율성 지수' 역시 바닥수준이었다.

비록 수학만을 비교한 것이지만 우리 아이가 맛있는 공부를 맛없게 맛 보는 것처럼, 전국의 아이들도 공부가 맛있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교과는 고유의 목적보다 단순히 성적순위를 결정하는 평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교육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의무교육과 공교육은 실종됐다. 초등학교 1학년생을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평등한 교육 기회를 통해 교육의 가치 구현과 교육적 공익을 지향하는 공교육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그 벽이 너무 높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1위 핀란드' 라는 놀라운 성적을 만든 건 공부를 재미있다고 느끼는 일반적인 사회분위기 덕이다. 그 안에는 잘 제도화된 공교육이 중심이 돼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입시와 취업의 전쟁을 겪어야 될 8살짜리 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만이라도 '공부가 맛있고 재미있는 놀이의 시작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교육과정이 되길 기대해본다. <오수정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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