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유커가 떠난 제주에 던져진 숙제

[백록담] 유커가 떠난 제주에 던져진 숙제
  • 입력 : 2015. 07.27(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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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제주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유커(遊客·중국관광객)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메르스를 완전 극복하고 정부에서 종식선언을 하게 되면 중국관광객들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만 가질 뿐이다.

7월 들어 지난 24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77만7245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85만8071명)에 비해 9.4% 줄어들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17.7%의 증가세를 이어가던 제주관광시장은 메르스 여파로 6월 감소세로 돌아선 후 7월에도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외국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면서 외국인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1.2% 줄어든 6만1003명에 그쳤다. 그나마 외국관광객 감소로 여유가 생긴 항공좌석과 국내에서 여름휴가보내기 운동 덕분에 내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4.6% 늘어난 71만6242명에 달했다는 데서 위안을 삼는다.

외국손님이 사라지면서 최고 호황을 누리던 면세점업계는 물론 호텔업계는 놀리는 빈방이 태반이고, 전세버스업계는 가동률이 5~10% 수준까지 떨어져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지금 중국인들의 제주행과 한국행 발길을 뚝 멈추게 한 가장 큰 원인은 메르스다. 하지만 올들어 메르스 발생 이전부터 중국인들이 한국 대신 일본으로 서서히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제주를 찾는 외국관광객 10명 중 9명이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언제든 지금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취약성을 말해준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제주관광시장의 큰손이었던 대만관광객에 이어 일본관광객이 잇달아 외면한 제주를 다행히도 중국인이 가득 채워주자 제주관광은 늘 봄날일 것 같았다. 하지만 제주는 지금 준비없인 봄날이 생각만큼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값진 공부를 하고 있다.

중국시장이 호황일 때도 30만원도 안되는 값싼 패키지 상품으로 들어온 중국인들이 적잖았다. 때문에 값싼 손님이라며 질낮은 식사 제공에다 무료관광지나 쇼핑 위주로 일정이 짜여지면서 기대를 품고 제주를 찾은 중국인은 물론 제주경제에도 크게 도움될 게 없었다. 정상적인 요금을 내고 제대로 된 서비스와 제주관광을 하도록 유도해야 좋은 이미지를 안고 돌아가 재방문과 주변에도 제주를 입소문하게 되고 제주관광의 지속성장이 가능해진다.

진부한 얘기일 수 있지만 제주가 지향하는 동북아 최고의 체류형 휴양관광지를 위해선 관광객 숫자에 연연하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을 더 늦춰선 안된다. 고부가가치 관광객이 제주에 오래도록 머물면서 제주를 제대로 만끽하고 지갑도 열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서울과 부산을 거쳐 하루 이틀 일정으로 제주를 훑고 가는 경유형이 아닌 목적지형 관광객 모시기에 더 공들여야 한다.

이즈음의 상황에서 제주관광의 체질을 개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체질 개선은 제주도와 관련업계, 도민들이 관광객 수용태세를 갖추는 일에서부터 인바운드 관광객을 직접 모객할 수 있는 대형여행사 설립, 예측 불가능한 국내외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해외시장 다변화 등 수많은 난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야 제주관광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공감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문미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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