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30) 헬리코박터균의 오해와 진실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30) 헬리코박터균의 오해와 진실
"요구르트 속 유산균이 감염치료는 근거 부족"
  • 입력 : 2015. 08.07(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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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같이 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것만으로 헬리코박터균에 쉽게 감염된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의 식생활과 음주 문화에 대입할 경우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현재의 약 50% 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했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사진은 가족이 모여 음식을 함께 먹고 있는 장면이 나온 영화 '고령화 가족'.

감염시 실제 위암 발생비율 1~2% 머물러
술·담배·자외선 등과 발암물질 1군 포함
음식 같이 먹는 것 등 쉽게 감염되지 않아



올해는 헬리코박터균으로 호주의 베리 마셜 박사가 노벨상을 받은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많은 언론 매체에세 헬리코박터에 관한 건강 보고서가 많았었지만 간혹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도 있었다. 이에 따라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과 궁금증에 대해 제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나수영 교수의 도움으로 자세히 알아본다.



# 헬리코박터균은 1급 발암 물질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언론을 통해 자주 1급 발암 물질로 소개된다. 자극적이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를 사용할 때 호기심을 갖고 뉴스를 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자극은 순기능을 넘어 불안과 공포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헬리코박터균이 1급 발암 물질이라고 하면 마치 헬리코박터에 감염되면 위암에 걸릴 것 같은 공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헬리코박터균은 1급 발암 물질이 아니고 1군 발암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역학조사에 근거해 발암물질을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1군은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확인이 된 것들이다. 2군은 인체 발암성의 가능성이 있으나 증거가 불충분 한 것들, 그리고 3군은 발암성이 불확실한 것들이다.

헬리코박터균은 1994년에 1군으로 규정됐다. 2014년 기준으로 1군 발암물질은 113종이 있는데, 이 중에는 술(에탄올), 담배, 햇볕(자외선) 등도 포함된다. 헬리코박터균이 1군 발암물질이라고 하는 것은 헬리코박터균과 위암과의 상관관계가 확인이 됐다는 뜻이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이 됐다고 해서 반드시 위암에 걸린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에탄올이 포함돼 있는 술은 1군 발암물질이지만 술을 마셨다고 해서 모두가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1군 발암물질을 마치 강한 독성을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1급으로 표현해 공공연히 사람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을 때 위암의 발생률이 3~8배 정도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사람 중 위암에 걸리는 비율은 1~2% 정도이고, 80% 이상에서는 평생에 걸쳐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나 증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 음식을 같이 먹거나 술잔 돌리기로 쉽게 감염이 된다?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이 되면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거나 술잔을 나누는 일은 흔하다. 그래서 명절 때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술잔을 돌리지 말고 음식을 같이 먹지 말아야 한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된다.

헬리코박터균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고 가족간 감염이 주된 감염 경로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헬리코박터 감염은 성인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고 주로 아동기에 발생하며, 성인에서는 일단 헬리코박터 제균이 성공적으로 된다면 재감염이 될 가능성은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 정도이다. 또 가족간 감염도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만 자녀로의 중요한 감염자였으며 아버지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감염된다는 가설이 현재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진 사례가 없다.

만약 단순히 음식을 같이 먹거나 술잔 돌리기만으로 헬리코박터균이 쉽게 전염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식생활과 음주 문화에서는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현재의 약 50% 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했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가족 문화, 식생활 문화, 술자리 문화 등이 하루아침에 변화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너무 큰 근심을 갖기보다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편안히 사는 것이 좋다.



# 기능성 요구르트만 먹어도 헬리코박터균이 사라진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능성 요구르트들이 출시되고 있다. 2000년에 국내 한 유제품 회사에서 변비가 아닌 위에 좋다는 요구르트를 출시하게 됐고 당시만 해도 다소 생소했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웠다.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한 베리 마셜 박사가 직접 광고에도 출현하면서 해당 제품은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지금까지 30억병이 판매되는 등 히트 상품으로 등장했다. 많은 소비자들은 이러한 요구르트가 정말 제대로 광고에 맞는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헬리코박터균은 세균이기 때문에 박멸하려면 항생제가 필요하다. 요구르트는 의약품이 아닌 기능성 음료이어서 아무리 많이 마신다고 해도 헬리코박터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당 제품이 홍보하는 국내 임상 실험 결과라는 것도 요구르트만 마시고 제균이 됐다는 것은 아니고, 제균 치료 항생제와 요구르트를 함께 복용했더니 제균율이 약 79%에서 88%로 9%p 정도 향상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연구에서 관심을 갖는 요구르트의 성분은 유산균일 뿐 제품에 포함됐다고 하는 여러 가지 민간 요법의 성분들은 해당 사항이 아니다.

헬리코박터 감염 치료에 있어 유산균의 역할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다양한 효과들이 보고되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연구에 따라 다른 결과들을 보이고 있어 현재 유산균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가암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도 이와 관련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는 요구르트에 들어있는 유산균이 헬리코박터 감염을 치료한다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헬리코박터에 대한 제균 치료에 요구르트 섭취를 병행할 경우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연구 결과가 일치하지 않습니다"라고. <제주대학교병원·한라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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