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 분화구를 거느린 특별한 오름

'삼둥이' 분화구를 거느린 특별한 오름
서재철 사진집 '내가 만난 따라비'
  • 입력 : 2015. 09.11(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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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는 삼둥이 분화구를 거느린 오름 '따라비'가 있다. 가을에 꼭 가봐야 할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 따라비오름은 오를수록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분화구도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들지만 봉긋하게 이웃해 자리한 여러개의 봉우리들은 형제처럼 흥미롭다. 정상에 오르면 삼둥이 분화구가 경이로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제주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 자락에는 마을이 있다. 40여년동안 온 섬을 돌아다니며 많은 오름을 오르고 또 오르며 사진을 찍어온 서재철(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장) 작가. 그는 어느 순간 '따라비'에 자리잡았다.

서 작가는 "따라비오름은 능선미가 아름다운 오름이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참으로 많이 찾았던 오름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따라비 자락 가시마을에 삶의 터전을 틀면서는 매일 아침 '따라비' 오르기를 몇 년동안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행동을 조금 이상하게 보는 마을 사람도 있고, 어떤 주민은 왜 매일 같은 오름만 오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의 대답은 "그냥 사진 찍으레 댕겸수다(그냥 사진 찍으러 다니지요)"이다. 작가는 무엇이 그렇게 좋아서 이렇게 매일 찾는지 자신도 궁금하다고 말한다.

그 흔적들을 모아 사진집 '내가 만난 따라비'를 펴냈다. 서 작가는 "많은 사진 중에 고르고 또 고르다 보니 몇 장면 싣지 못했다"며 "예전에 아주 어렵게 촬영했던 사진들을 찾을 수 없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대로 그동안 부지런을 떨며 기록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책에는 강영봉 제주대 명예교수의 '삼둥이 분화구를 거느린 따라비' 해설이 실렸다. 강 교수는 "'따라비'는 '땅할아버지'라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지조악(地祖岳)'이라는 이름은 '따라비'가 이웃마을인 성읍리에 위치한 '모지오름', '장자오름', '새끼오름' 등과 함께 오름가족으로 여긴 결과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강 교수는 "대개의 오름은 하나의 분화구를 갖고 오름 가운데 두개의 분화구를 가진 것도 있지만 세개의 분화구를 거느린 따라비는 특이할 수밖에 없다. 정상에 오르면 삼둥이 분화구가 경이로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계절을 따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가을이 특히 좋다. 억새꽃이 만들어내는 장관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9월말까지 자연사랑미술관에서는 '내가 만난 따라비'책에 담긴 사진을 직접 만날 수 있다. 그는 한 권의 '오름이야기'를 정리하고, 꼭두새벽에 또다시 '따라비'를 찾는다. 컹컹거리며 반겨주는 노루의 울음소리를 아련하게 느끼면서.

서 작가는 도내 신문사 사진기자로 활동했으며 한국기자상, 서울언론인상, 송하언론상, 현대사진문화상, 대한사진문화상, 덕산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제주해녀', '한라산 노루가족', '한라산 야생화', '바람의 고향 오름', '제주 생태시리즈 5권' 등을 펴냈다. 값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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