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나오니 마차가 사라졌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화석연료를 쓰는 자동차가 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하던 한 전문가의 말이다. 마차가 사라진 것이 그보다 더 편리한 운송수단이 개발됐기 때문이듯, 전기차로 얻어지는 이익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지역 전기차가 2~3년 새 급증하고 있다. 제주도가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관련 산업으로 발을 넓히려는 민간 움직임도 일고 있다. 도내 자동차 정비소 운영자 5명이 한국전기차정비협동조합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조합은 현재 2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전기차 정비·사고 대처 등의 내용을 담은 매뉴얼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가능성을 엿보고 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타격이 불가피한 업계에선 생존권을 위협 받는다며 상생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LPG산업협회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LPG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택시와 렌터카를 전기차로 대체할 경우 5년 이내에 도산 위기에 처한다"고 성토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주도가 이러한 비판 여론을 넘어서지 못하면 전기차 보급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무엇보다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왜 전기차여야만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도민 참여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전기차 보급 정책은 행정 주도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전기차로 100% 전환할 경우 '91만톤의 대기오염 물질이 감소하고 1조1712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제주도의 장밋빛 구상을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차 대신 기차를 타면서 얻는 이익이 크지 않았다면 여전히 마차가 길 위를 누비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지은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