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40)안면마비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40)안면마비
초기 대응따라 신경기능 손상·후유증 최소화
  • 입력 : 2015. 10.23(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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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적 마비 발병사실 몰라 뒤늦게 치료
'벨마비' 발생률 1년에 10만명당 20~30명
이성대상포진은 마비정도 심하고 통증도


날씨가 추워질 때면 발병률이 증가하는 질환들이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안면마비이다. 흔히 '입 돌아가는 병'이라고 과거에는 '구안와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어떤 원인에 의해 안면근육에 마비가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해 안면마비라고 한다. 안면마비는 응급질환에 속하는 병으로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마비 증상이 부분적으로만 나타나는 경우 발병 사실을 모르고 한참이 지나서야 병원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에 안면마비가 어떤 병이며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송찬일 교수의 도움으로 자세히 알아본다.



# 안면신경은 어떤 것인가

안면신경은 7000여개의 신경 섬유를 갖고 여러 복합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해부학적으로도 우리 몸의 신경 중에서 가장 길고 좁은 골 조직을 통과해서 나오는 특이한 신경이다. 각각의 섬유는 전기자극을 안면 근육들에 전달해 웃고, 울고, 미소 짓고 두려운 표정을 짓게 한다.

신경 섬유의 절반 이상이 손상되면 임상적으로 안면 근육의 약화가 일어나는데, 평상시에도 원래의 얼굴 모양을 유지할 수가 없으며 웃거나 찡그리면서 감정을 표현하게 되면 더욱 이상한 모습이 되기 때문에 다른 신경의 마비에 비해 환자들은 더 당황하게 된다. 안면 신경은 안면근육을 움직일 뿐만 아니라 눈물샘, 침샘, 중이의 등골근육의 기능에도 중요하며 혀의 전방부위의 미각(맛 감각)을 전달한다. 안면 신경의 기능이 이렇듯 복잡하기 때문에 안면 신경에 손상이 오면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 안면마비의 원인

갑자기 발생한 안면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벨마비(Bell's palsy)라고 불린다. 영국의 의사 찰스 벨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급성 안면신경마비의 모든 가능한 원인을 배제한 후 진단하게 돼 특발성 안면신경마비라고도 불린다.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힘든 경우에 해당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의 반응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면 신경이 통과하는 측두골 내부에서 안면신경에 부종이 발생해 뼈로 된 관의 내부에 있는 안면신경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손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마비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1년에 10만명당 20~30명 정도의 발생률을 가진다고 추정된다. 벨마비는 치료하지 않아도 약 70%는 완전 회복이 되며 80% 이상에서 거의 정상에 가깝게 회복된다. 하지만 10~20%에서는 후유증이 남게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성대상포진(Ramsay-Hunt syndrome)은 두번째로 흔한 급성 안면마비의 원인으로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특징적으로 귀 주변에 수포가 발생하며 벨마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면마비의 정도가 심하고 통증이 동반된다.

이외에도 급·만성 중이염, 진주종성 중이염, 악성 외이도염, 두개저 골수염 등의 질환에 동반돼 안면마비가 발생하기도 하고 교통사고나 두부 손상 후에 외상성 안면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는 종양성 질환에 의해서도 안면마비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안면신경이 지나는 경로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종양은 안면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상대적으로 귀밑샘(이하선)에 발생한 종양이 흔하며 청신경 종양, 소뇌교각의 종양 등이 안면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 안면마비의 증상과 진단

안면마비는 마비 정도에 따라 완전마비와 부분마비로 구분될 수 있는데, 완전마비의 경우 한쪽 얼굴이 움직이지 않아 얼굴이 비대칭이 되고 이를 닦거나 음식을 먹을 때 한쪽으로 물이 질질 흐르고 눈이 감기지 않게 돼 환자들이 즉시 이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부분마비의 경우 눈물이 많이 나고 눈이 불편해 안과 진료를 받다가 알게 되거나 음식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미각이상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게 되면 마비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안면마비의 예후, 즉 회복 정도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안면신경정도 검사와 안면근육근전도 검사를 주로 시행하게 된다. 각각의 검사는 증상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시행하는 시기가 상이하며 결과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혈청학적 검사로는 원인규명을 위해 바이러스 항체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으며 치료 약물 투여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부작용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하게 된다. CT나 MRI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방사선학적 검사는 안면마비의 회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벨마비나 이성대상포진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한 안면마비가 의심되는 경우 원인 진단과 치료 방침 수립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 안면마비의 치료

진단적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법이 좌우되며 벨마비인 경우 스테로이드 제재를 중심으로 하는 약물 치료가 처방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성대상포진의 경우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된다. 마비의 정도가 심한 경우 측두골에 눌려진 안면신경의 부종 부위의 압력을 줄여 주기 위해 측두골을 일부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원인이 종양성 질환인 경우 종양을 제거하거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안면마비의 치료 중에 중요한 것은 눈의 각막 손상을 예방하는 것인데 안면마비가 발생한 경우 눈이 잘 감기지 않아 장기적으로 각막의 손상이 발생하여 시력 저하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면마비가 발생한 경우에는 안대와 안약을 사용하고 특히 수면 중에는 눈꺼풀을 의료용 테이프 등으로 붙여 각막 손상을 예방해야 한다.

안면마비는 드물지 않으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초기 적절한 진단과 치료는 안면신경 기능의 손상 및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송찬일 교수는 "안면마비가 의심되는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가능한 빨리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는 것이 안면신경이 기능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제주대학교병원·한라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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