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물들어 올 때 더 힘차게 노 저어야 한다

[월요논단] 물들어 올 때 더 힘차게 노 저어야 한다
  • 입력 : 2015. 11.02(월)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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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크루즈관광이 대세라는 것은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관련 뉴스들이 현기증을 느끼게 할 만큼 변화 폭이 크다는 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최근 제주 크루즈관광에 대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두가지 소식을 접했다.

첫 번째는 중국 크루즈시장의 파죽지세 같은 성장세이다. 현재 연간 130만명 수준인 중국인 크루즈시장이 2020년에 460만명, 2030년에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카니발그룹은 중국 현지법인화를 통해 중국기업으로 성장할 것과 중국조선소에서 새로운 크루즈선을 건조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뒤질세라 로열캐러비언그룹은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법인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크루즈산업의 성장은 곧 제주의 기회이다. 제주는 내년에 500항차 이상의 크루즈가 입항할 예정이고, 2017년에 강정민군복합항의 크루즈항이 오픈하면 연간 1000항차 이상 제주에 기항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월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한 글로벌 크루즈선사의 CEO가 거론했던 것처럼 제주에 1일 10척 이상의 크루즈가 기항하는 날도 이제 머지않은 현실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일본의 파격적인 중국인 크루즈관광객 유치 정책이다. 일본 기항지들이 단단히 걸어두었던 빗장을 열어젖혔다. 일본은 올해 1월부터 선박관광상륙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비자 취득은 물론 공항 출입국 검색대에서 지문과 안면인식을 하느라 1시간 남짓 기다려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일본은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이지만 장벽이 높은 나라였다. 그러나 선박관광상륙허가제의 도입으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은 비자도, 안면인식도 모두 생략된다. 후쿠오카 크루즈터미널에서 출입국에 소요되는 시간은 1인당 단 20초! 일본 기항지들이 크루즈관광객 유치를 위해 얼마나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실로 체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메르스사태의 여파도 있었지만, 일본 기항지들의 정책적 노력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지난해 115회 크루즈가 기항했던 후쿠오카는 올해 270회로 두배 이상 증가했으며, 내년에는 400회를 넘어 설 예정이다. 또한 올해 상하이를 모항으로 출발한 크루즈가 한국을 거치지 않고 일본만을 기항하는 횟수가 31회이며, 내년에는 82회로 증가할 전망이다. 상하이에서 일본을 가려면 반드시 제주를 기항해야 한다는 우리의 기대는 이제 조금은 안일한 발상인 듯 하다.

뿐만 아니다. 후쿠오카를 포함한 모든 일본 항만은 터미널이용료는 물론 입항료 등 각종 세금이 전액 면제이다. 그간 오키나와 외에는 인정하지 않았던 시내면세점도 내년 초에는 도쿄와 후쿠오카에 도입된다. 쇼핑이 주목적인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들에게 해외명품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비단 제주만이 아니게 된 것이다. 항만 및 출입국 이용편의성, 쇼핑, 관광환경 등에서 다분히 독점적이었던 제주의 유인요소가 보편화하고 있다.

제주는 그동안 아시아 어느 기항지보다도 발빠른 대응을 해 왔다. 그러나 아시아 크루즈관광은 이제 2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초체력을 갖춘 기항지들이 1초의 간극을 겨루기 위한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항만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보는 한시도 늦춰서는 안되는 제주의 최우선 과제이며, 쾌적하고 제주를 만끽할 수 있는 관광환경의 조성을 위해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야 할 때이다. 물들어올 때 더욱 힘차게 노를 저어야한다.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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