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비 오기 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우산만이 아니다

[한라칼럼] 비 오기 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우산만이 아니다
  • 입력 : 2015. 12.01(화) 00:00
  • 편집부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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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장점과 가치는 천혜의 자연환경 이외에도 내부에 숨 쉬고 있는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에서도 두드러진다. 제주도는 조냥정신의 영향으로 빈부격차가 심하지 않고, 삼무와 상부상조의 전통이 생활 속에 강하게 스며들어 있다. 빈부격차는 대체로 외형에서 차이가 드러나지만 제주는 부자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가는 곳과 먹는 것이 비슷하고, 하물며 고급스포츠인 골프도 제주에서는 대중스포츠에 가깝다. 도둑·거지·대문이 없는 삼무의 전통은 없음으로써 충족되는 삶의 질을 대변하고, 수눌음으로 대표되는 상부상조의 전통 또한 나눔으로써 채워지는 지역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제주에 부는 광풍은 제주 고유의 미풍양속과 가치를 뿌리 채 뽑을 수 있는 강한 비바람을 머금고 있다. 한 달 1100명 이상의 순유입 인구, 평당 2000만 원을 호가하는 부동산 급등, 중국 등 외지자본에 잠식되고 있는 제한된 토지,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에서 오는 심각한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및 일자리의 질, 개발과 보존의 풀리지 않는 논쟁 등 제주에 부는 바람은 어느 것 하나 미풍이 아니다.

광풍은 바람의 세기에서도 후유증을 남기지만 피해가 공평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상처를 남긴다. 최근 제2공항 사례에서 보듯 어떤 이는 광풍에 편승해 부를 축적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하기도 하고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도 있다. 더구나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금수저 논란'은 이제 제주에서도 예외가 아니고, 최근 연구에서 드러났듯 우리 사회에서 '상속받은 자산'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는 제주 고유의 정체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최근 하와이의 노숙자 증가로 인한 비상사태 선포는 관광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 140만 명인 하와이는 인구 10만 명 당 465명의 노숙자로 인해 치안 불안, 관광이미지 하락, 관광객 감소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숙자 증가의 원인으로 높은 물가, 낮은 임금, 제한된 토지, 온화한 기후조건 등을 들고 있다. 하와이 사례에서 거지와 빈부격차가 없다는 허상의 제주가 떠오르는 건 나만의 지나친 상상일까.

최근 제주에 부는 광풍이 언제 얼마만큼의 비를 뿌릴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비 오기 전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더불어 비가 샐 수 있는 곳을 찾아 미연에 적극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제주의 미래는 제주도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의 장이어야 한다. 제주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특별자치도 특성에 맞는 미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삶의 질을 고려하고, 최근 악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의 틈을 해소하고, 부동산 폭등으로 소외되는 도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환경의 안정을 기해야 한다. 또한 대규모 투자개발사업에서 '먹튀 방지'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이득의 재투자', '일자리의 질 확보', '제주도 지분의 확대'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친환경의 큰 틀에서 미래 제주의 먹거리를 확보하고, 미래 산업에 알맞은 인재의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제주도민 각자가 그리는 '제주의 미래'에 대해 '소통의 창'을 만들어서 구체화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미래는 각자의 염원하는 마음이 모여서 형상화될 때 그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문만석제주미래발전포럼 실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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