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누구를 위한 제2공항인가"

[백록담] "누구를 위한 제2공항인가"
  • 입력 : 2015. 12.07(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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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 정기 항공노선이 개설된 해는 1949년 2월 1일이다. '대한민국항공공사'가 교통부에서 국내선 정기노선 면허를 받아 서울-부산-제주 등에 여객기를 띄운 게 그 출발점이었다. 1968년 4월에는 제주도를 국제관광지로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제주비행장이 제주국제공항으로 승격된다. 1979년 1월에는 일본 오사카 노선을 시작으로 제주와 외국을 연결하는 국제 정기 항공노선이 생겨난다.

제주국제공항 승격을 기점으로 제주공항은 반세기 가까운 동안 이용객이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2320만명이던 제주공항 이용객은 올들어 지난 9월까지 1928만명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2018년엔 이용객이 2830만명으로 완전히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국토부의 예측이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10일 국토부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제주시 용담2동에 있는 기존공항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2025년 이전에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개항해 두 개의 공항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025년은 제주공항 이용객이 4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시기다.

제2공항 건설 계획이 '깜짝 발표'된 이후 제주도가 공항 부지에 포함된 성산읍 마을에서 잇따라 마련한 주민 간담회를 찾은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항공기 소음 피해 예상 등으로 건립 반대 목소리가 거센 3개 마을의 간담회 현장이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국토부 발표 이후 발빠르게 마을로 향했지만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속만 태웠다. 일부 주민들은 "국토부 발표 1시간 전에야 제2공항이 성산읍에 들어선다는 걸 알았다"는 제주도지사의 발언에 할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해당 마을의 주민들이 공항 부지 선정의 타당성 여부, 향후 10년간 진행될 공항 건설공사 과정에서 벌어질 문제점,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활주로 변경 방안 등 꼼꼼하게 자료를 만들어 질의하고 제언하는 모습에 비해 제주도지사는 결정적 대목에서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제주에 새로운 공항을 짓는 이유 중 하나는 관광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흔히 관광객 증가를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경제적 수익으로 연결시켜왔지만 제2공항이 지어질 마을 사람들은 그같은 분석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난산리의 한 주민은 간담회에서 "제주에 아무리 많은 관광객이 오더라도 나같은 사람에겐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신산리에서는 "우린 경제적 효과 같은 건 필요없다"며 자리를 뜨는 주민들이 있었다. 그것은 지역 주민들의 소득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채 숫자만 키워온 제주 관광산업에 대한 성찰을 바라는 목소리였다.

제2공항 건설은 제주섬에 발디디는 관광객 수에 맞춰 관광 시설이 늘고 있지만 오래도록 그 터전을 지켜온 제주 사람들은 자기 땅에서 유배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가 될지 모른다. 부동산 투기 대책 운운은 오히려 주민들에게 소외감을 안기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누구를 위한 제2공항인가"라고 묻는다.

원 지사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싸울 것은 싸우겠다"고 밝혔다. 제2공항 예정 부지가 발표된지 한달이 되어간다. 마을의 반대 여론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원 지사가 어떤 해법을 구할 지 지켜볼 일이다. <진선희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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