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1300만 시대 성과와 과제]지속성장 기회 요인

[제주관광 1300만 시대 성과와 과제]지속성장 기회 요인
제주관광의 화두, 친환경·주민소득 창출·지속가능 성장
  • 입력 : 2015. 12.30(수)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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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관광은 급성장했지만 과잉 경쟁으로 인한 덤핑과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폐해도 가속화됐다. 반면 제주관광공사가 개발한 친환경 관광상품인 '지오브랜드'가 '2015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고, 제주도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관광정책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도 마련했다.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관광객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관광시장 성장속 과잉경쟁 등 부작용 속출
시장 양극화 현상 가속·도민피해도 이어져
지오브랜드· 대형여행사 등 질적성장 절실

올해 초만 해도 제주 관광업계에는 제주관광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자 큰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후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서 다시 성장세를 보인 제주관광은 1300만명 돌파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관광시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광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뿐만 아니라 급성장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준비되지 않은 관광시장의 성장이 오히려 시장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과잉 경쟁의 그림자

올해 여름 내국인 관광객이 밀려들자 렌터카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급기야 4000여대의 렌터카가 육지에서 제주섬으로 공수됐다. 그런데도 렌터카를 구하지 못해 곳곳에서 아우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가을로 접어들면서 자전거 대여료보다 싼 렌터카가 국내 한 유명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에 등장했다. 1일 6000원짜리 렌터카의 등장은 제주관광시장의 과잉 경쟁이 부른 촌극이었다. 렌터카업계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무너진 덕분에 종래의 비수기라 할 가을과 겨울에도 수요가 꾸준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난 탓에 영업력이 부족한 일부 업체들이 가격을 파괴하고, 결국 업계 전반에 덤핑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2012년 1만5517대였던 제주도 렌터카는 올해 9월 말 현재 2만5411대로 불었다.

숙박시설도 과잉 공급된 지 오래다. 제주도 관광숙박업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12년 143개소에 1만3956실이던 관광숙박업은 2015년 9월 말 현재 321개소에 2만4594실로 급증했다. 신화역사공원과 드림타워 등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2018년까지 1만9801실이 추가된다. 제주발전연구원은 2018년이면 도내 관광호텔이 약 4330실 이상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관련 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포화돼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오액티비티의 한 프로그램인 해녀문화체험.

# 시장의 양극화와 도민 피해

관광의 성장은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가속화시키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5월 제주지역의 소매판매가 전국 평균 증가율보다 크게 높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은 면세점과 대형마트가 지난해보다 성장한 덕분이었다. 반대로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오히려 감소해 관광객 증가에 따른 과실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숙박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에 대한 피해의식이 제주지역 전반에 퍼지고 있다. 실제 제주관광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제주여행은 무료 공영관광지(용두암 등)-중국 자본의 면세판매장-대기업 시내면세점 등을 순회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관광시장의 성장이 지역주민의 고용을 창출하지도 못하고 수익의 역외유출만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시장이 커질수록 제주도민들은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연중 성수기가 이어지면서 주말에는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추석연휴 때는 제주공항에 하루 8만여명이 몰리면서 공항 주차장을 벗어나는 데만 20~30분이 소요되는 극심한 정체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시 도심 역시 출퇴근 시간 외에도 교통 정체현상이 발생한 지 오래다. 당초 2025년으로 예상됐던 제주공항의 포화시점도 2012년에는 2019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더니 지난해에는 2018년으로, 올해는 2017년으로 앞당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방산 용머리지질트레일 길열림행사.

#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여름 도내 젊은 관광 인재와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한 관광인은 "제주도 관광은 'Get Natural(자연으로 돌아가자)'이라는 슬로건을 바꾸지 않는 스위스처럼 천혜의 자연환경과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10월 제주에서 열린 섬관광정책포럼의 주제 또한 '지역주민 소득창출을 위한 관광정책'이었다. 당시 기조강연에 나선 마리오 하디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 본부회장은 관광시장의 빠른 성장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관광객이 한곳에 집중되면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리스크가 생겨 어느날 갑자기 폭발해 시장 잠재력의 절반이 날아갈 수도 있으므로 균형 잡힌 관광 개발로 분배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제주도는 내년부터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관광정책의 대변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첫 시도가 지금까지 주요지표로 삼았던 제주방문 관광객 수를 집계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관광객 체류일수와 1인당 평균 지출비용, 관광객 만족도, 마케팅 다변화지수(일본관광시장 회복·중국 외 외국인 관광객 점유율·온라인 홍보기반 구축)라는 5대 지표를 관리하기로 했다. 이러한 지표는 그동안 인두세와 덤핑 문제를 일으킨 저가관광상품 등의 폐해를 없애고, 관광소득의 분배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9월 회원이 전 세계에서 80명뿐인 매그넘 포토스 소속 사진작가인 토마스 휩커(Thomas Hoepker)는 제주지질을 담아내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그는 화산이 빚어낸 신비로운 도보여행길인 제주 지질트레일에 주목했다. 그리고 지질트레일을 포함하는 '지오브랜드'는 문화관광부가 시상하는 '2015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다. 제주관광공사가 탄생시킨 지오브랜드는 대규모 개발을 하지 않고도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주민의 소득을 창출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올해는 제주도관광협회와 관광업계가 힘을 모아 제주형 대형여행사를 출범시키게 된다. 제주관광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세기 지원사업도 계속된다. 지오브랜드처럼 친환경적이면서 주민 주도의 경쟁력을 갖춘 관광상품과 질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관광정책이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제주관광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고, 도민들에게 그 수익을 골고루 배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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