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누구를 위한 최적 조건인가

[편집국 25시]누구를 위한 최적 조건인가
  • 입력 : 2016. 01.14(목)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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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0일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우리의 삶의 터전인 마을들을 깡그리 짓밟기로 결정했다. 우리보다 수백, 수천 개의 힘을 가진 권력자들이 사전 언급도 없이 기습적으로 선전포고해 침략했다. 제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을 위해 제주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 규모의 강제 토지 수용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국가와 다수의 이름으로 인간의 자존감과 삶의 터전을 짓밟는 폭력적 개발주의에 반대하며 땅을 목숨으로 알고 살아온 우리는 민주주의를 배반하는 권력에 맞서 분연히 싸워 나갈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들의 울분 어린, 그리고 결연한 의지다. 그러면서 난산리, 수산1리, 온평리, 신산리 주민들은 가칭 '성산읍 제2공항 반대 위원회'를 출범, 본격적인 연대 투쟁에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용역팀이 설정한 단계별 입지 평가 기준은 모두 11개. 그러나 대규모 개발 사업 과정에서 우선 고려해야 하는 '주민 수용성'은 애당초 없었다. 환경성과 기술적 측면만 고려 대상이었다. 손명수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의 말을 들어보자. "제주 공항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이용객이 폭증하기 때문이다. 복수의 대안을 놓고 공개하고 어느 쪽이 좋겠냐고 주민의견을 들으면 10년, 20년이 걸릴 지 알 수 없었다." 원희룡 지사는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사정이 그렇게 됐다는 점에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상 대대로 지내온 삶의 터전을 아무런 논의 과정 없이, 다수의 필요에 의해 하루아침에 빼앗기게 된 해당 지역주민들은 무엇인가. '이 따위' 설명으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려고 했던가. '최적'의 입지 조건이라고 했다. 최적(最適), 가장 알맞음. 과연 누구를 위한 가장 알맞은 조건인지 되묻고 싶다. <강봄 제2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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