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힘을 내요 2016’ 대학졸업에 대한 단상

[월요논단]‘힘을 내요 2016’ 대학졸업에 대한 단상
  • 입력 : 2016. 02.22(월)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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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대학가는 졸업식과 입학식 준비로 부산스럽다. 얼마 전부터 예비대학생인 16학번 새내기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캠퍼스는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그런데 새내기 사회인이 되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는, 졸업을 졸업이라 부르지 못하는 예비사회인들에게 봄은 아직 오지 않는다.

'학생이 규정에 따라 소정의 교과 과정을 마침.'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졸업'의 의미이다. 즉, 졸업은 학칙에 따라 교과 과정을 이수하고 학칙에 규정된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면 필연적으로 거치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요새는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된 것일까. 취업(그것도 대기업)이 되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였거나 특정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에게만 졸업식에 참석할 자격을 주는 것인가 하고 착각이 들 정도이다. 졸업식장에 앉아있는 제자들의 모습이 대견스럽고 반갑지만 졸업식에 참여하지 못한 제자들이 더 안쓰럽게 느껴져 가슴이 아프다.

왜 이들은 졸업을 하지 않으며 왜 이들은 졸업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이 학생들이 스스로 위축되고 죄책감에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우리가, 사회가 이들을 졸업할 자격이 없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취업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이들에게 그럼 왜 대학을 다녔는가라고 질문하며, 마치 크게 잘못한 사람 취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지 못하면 대학에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인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대학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참으로 곤란하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보자. 대학의 존재이유를 취업에서 찾아야 하는가? 독자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필자는 단연코 '아니'라고 할 것이며, 그 이유는 대학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하는 곳이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과정을 중시하지 않고 결과만 중요하다 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학교는 무엇이 옳고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해 논의하는 곳이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 대학은 과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따라서 과정이 곧 목적이 되어야 한다. 과정이 목적이므로 과정을 마치면 그 자체로 목적달성이 되었다 할 수 있고 과정을 마친 사람은 충분히 축하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학의 본디 목적과는 다른 이유를 들이대며 청년세대를 압박하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을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아이돌 가수들은 노래보다는 비주얼로 승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노래 실력이 참 좋다고 느낀 복면 속의 가수가 아이돌 그룹에 속한 가수라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기성세대들은(필자를 포함하여) 항상 젊은 세대를 우려의 눈으로 보고 그 미숙함을 책하고 훈계를 늘어놓지만 사실 젊은 세대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으며 열심히 살아가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복면 속의 가수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하였더라도 졸업식장에서 가족과 스승, 후배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웃는 얼굴로 지금은 준비 중이라 떳떳이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을 격려해주고 괜찮다고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힘을 내요 2016. <오태형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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