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뜨거운 예술혼이 빚어낸 불멸의 사랑

[책세상] 뜨거운 예술혼이 빚어낸 불멸의 사랑
홍상화 소설 '범섬 앞바다'
  • 입력 : 2016. 02.26(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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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피와 불' '거품시대' '동백꽃' 등을 퍼낸 소설가 홍상화의 소설 '범섬 앞바다'가 나왔다. 우리 삶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근원적 진리에 깊이 천착해온 그가 서귀포시 법환동에 있는 범섬 앞바다를 배경으로 뜨거운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나치게 쉽고 빠른 인스턴트식 사랑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의 벽을 뛰어넘는 사랑과 문학, 그리고 예술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오묘한 삼중주는 가슴속 깊은 울림을 준다.

소설 속 사랑은 순탄하지 않다. 소설가인 주인공 이정훈이 사랑하는 여자는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있다. 운동권 남자인 그는 경찰에 잡혀 고문 받던 중 난로를 껴안아 얼굴이 화상으로 일그러져 버린다. 이들의 사랑은 엇갈리면서 매우 뜨겁고 격정적이다. 여기에 문학과 예술에 대한 순정한 열정이 투영되어 있다.

일간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작가생활 초기 단편소설을 쓸 때처럼 더 이상 좋은 소설을 쓸 수 없다는 자조감에 빠져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이혜진이라는 여자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에 이끌리던 중 우연찮게 그녀의 일기장을 몰래 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그녀의 연인 김혁수에게 크게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자살을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를 위로해주던 그는 그녀의 격정적인 감정에 이끌려 꿈같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이렇듯 둘의 사랑은 뜨겁게 시작되지만 사랑은 순탄치 않다. 이혜진이 주인공에게 자신이 죽으면 그 재를 서귀포 앞 범섬 앞바다에 뿌려줄 것을 부탁한다.

글로는 차마 옮기지 못하고, 물속에 새겨넣었던 그의 사랑이 글로 옮겨지는 과정은 오랜시간 좋은 소설 쓰기를 갈구했던 그의 삶의 완성이기도 하다. 이정훈은 그녀를 영원히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해 서귀포 범섬 앞바다 바닷속 암벽에 그녀의 전신상을 새긴다. 바닷속 암벽에 이혜진의 미소를 새기는 데 심취한 나머지 잠수병에 걸려 다리가 불구가 되면서까지 조각이라는 예술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는 부분은 이 작품의 압권이다.

사랑의 고통과 방황을 통해 주인공은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사랑이 바로 최고의 예술이에요. 예술이란 인간이 겪는 모든 것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지요. 모든 슬픔과 고통과 잔인함까지도. 사랑이 바로 그런 거지요."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 이같은 풍부한 입체감과 깊이를 보여준다. 주인공의 입과 눈을 통해 전해지는 홍상화 작가 자신의 고통과 고민이 작품 곳곳에서 번뜩이면서,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무늬로 더해지면서 이 작품은 여러 층위의 해석과 감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국문학사.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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