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도제 실시 70년, 제주 어떻게 변했나

[창간27주년]도제 실시 70년, 제주 어떻게 변했나
변방의 섬에서 동북아 관광 중심지로 눈부신 성장
  • 입력 : 2016. 04.22(금)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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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도제 실시 이후 역사적 비극 딛고 성장
인구 64만명 돌파… 관광객 1300만명 시대 맞아
성장 이면엔 부동산 시장 과열 등 부작용 대두


변화의 물결은 거세고 빨랐다. 제주도제가 실시된 지난 70년간 제주는 한마디로 급변했다. 몸집도 빠르게 불렸다. 인구는 두 배 넘게 늘었고, 재정 규모는 40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만큼 지역 경제는 상승 곡선을 타고 있지만 이면에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제주도(島), 제주도(道)가 되다=도제 실시는 나라를 되찾은 도민들의 또 다른 염원이었다.

1960년대 제주시 일도동 부근

1945년 8월15일 일제로부터 광복을 이뤘지만 제주도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같은 해 10월28일 제주에 미군정이 실시되면서 통치 과정에서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군정 요원인 미군 장교의 제주에 대한 정보 부재, 통치 경험의 결여 등이 원인이 됐다.

광복이 됐지만 변화는 극히 일부에 그쳤다. 읍회와 면협의회 등이 폐지되는 일부 개편이 있기는 했지만 나머지 부문에는 개혁의 바람이 미치지 못했다. 행정상으로도 제주는 독립되지 못하고 전라남도 관할에 머물렀다. 제한된 행정 업무만 허용될 뿐 자치 활동이 인정될 수 없는 구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 승격 운동이 시작됐다. 1945년 10월 지역 유지를 중심으로 '도제실시추진위원회'가 결정되면서부터다. 이후 10개월 만인 1946년 7월2일 제주도는 전라남도로부터 떨어져 나와 도(道)로 승격됐고, 그해 8월1일부터 도제가 실시됐다. 그저 변방의 섬이던 제주가 하나의 독립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는 것은 과제였다. 면적이 좁고 인구가 적은 제주를 전라남도로 다시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1956년 8월6일 정부는 기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주도를 폐지하고 전라남도 관할로 이관하는 정부안을 자유당 정책위원회에 회부했지만 실현하진 못했다. 제주도민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 도제가 실시된 뒤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휘몰아친 제주4·3과 6·25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도 딛고 일어서야만 했다.

제주도제가 실시된 지난 70년간 제주의 인구는 두 배 이상 늘었고 재정 규모는 40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사진=한라일보DB



▶양적 성장세 또렷… 그림자도=지난 70년간 제주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인구, 예산, 관광객 수 등의 수치만 비교해 봐도 그 변화가 또렷하게 들어온다.

도제 실시 당시 제주지역 인구는 26만6000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64만명을 넘어섰다. '제주 이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도내 인구 유입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올해 안에 66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행정 규모도 비대해졌다. 도내 공무원 수는 1946년 384명에서 2014년 5172명으로, 1억원에 그치던 재정규모는 올해 본예산을 기준으로 4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2000년대 서귀포항

지역내총생산은 23억원에서 13조1135억원(2013년 기준)으로 5700배나 증가했으며 도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8800원에서 2340만7000원으로 2660배 가량 늘어났다.

관광객 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관광객 수가 통계에 잡히기 시작할 즈음인 1970년 24만5000명에서 2014년 1227만3000명으로 50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관광객 1300만명 시대를 열기도 했다.

2002년 제주시내 전경

이와 함께 제주국제공항 이용객도 해마다 늘고 있다. 제주공항 이용객은 2018년 2830만명, 2025년 4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이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 것은 거센 변화 바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외에도 제주를 대표하는 과일인 감귤생산량은 1946년 10톤에서 2014년 68만8000톤으로, 도내에 동록된 자동차 대수는 113대(영업용 차량)에서 38만4117대로 급격히 늘었다.

눈부신 양적 성장에는 이면도 존재한다. 인구 증가는 분명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이지만 삶의 질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수용 능력을 웃도는 인구 증가세로 인해 정주 여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늘날 제주도는 도심지 교통난 심화, 주차난 가중, 생활쓰레기 처리난 등에 직면해 있다. 제주 이주 열풍과 관광객 증가, 대규모 개발 사업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문제는 심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들어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각종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 모두가 도제 실시 70주년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제주가 풀어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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