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미래비전 용역팀 실무위원회 총괄을 맡은 강병근 건국대 교수는 제주의 청정 자원을 지키기 위해 소극적, 방어적 방식을 벗어나 좀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게 제주미래비전의 방향이라고 했다. 부미현기자
지난 2월 제주도가 용역 의뢰한 '제주 미래비전 수립' 용역 최종 보고서가 발표됐다. 그동안의 성장일변도의 계획과 정책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향후 100년 후에도 제주의 미래를 약속하는 방향성을 찾고자 지난 1년간 연구해온 결과물이다.
제주미래비전은 제주의 핵심가치로 '청정, 공존'을 채택하고 제주의 현안을 ▷생태·자연·청정 ▷편리·안전·안심 ▷성장관리 ▷상생·창조 ▷휴양·관광 ▷문화·교육·복지 등 6대 부문으로 정리했다. 제주미래비전은 향후 제주도정의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라일보는 용역팀 실무위원회 총괄을 맡은 강병근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만나 제주 미래비전이 담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질의응답 내용이다.
▷이번 용역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제주미래비전 용역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제주는 깨끗한 공기, 물, 자연문화유산 자원 등 청정 자원이 핵심 가치다. 그런데 이 핵심 가치를 한쪽은 개발욕구 때문에 지키기 어려워하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보존해서 지키려는 욕구로 상충되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공존시켜 일궈낼 것이냐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제주의 청정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인이 오지 못하도록 출입금지 팻말을 세울 수는 없다. 그렇게 갈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공존 가능하도록 만들어가느냐에 핵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미래비전 용역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설명해달라.
미래가치의 핵심키워드로 청정과 공존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청정'은 그대로 두고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청정을 지키기 위해 자연 그대로 두기만 하는 것은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계획을 가지자는 게 미래비전의 방향이다. 투자자가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을 제안할 경우, 제주의 미래 가치를 감안해 어떤 식으로 투자자가 수자원, 에너지 등을 조달하고 스스로 폐기물을 해결할 것인지 목표와 기준을 정하도록 했다. 기준이 있으면 투자의 유치방향, 내용, 방법, 절차 이런 것을 아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할 수 있다.
청정이라고 하는 걸 좀 더 요약해보면 제주의 세계적 자랑인 깨긋한 공기, 물, 토양, 다양한 먹거리, 거기에다가 제주의 문화(섞이지 않은 토양문화), 도민들의 덕목 이런 것 등의 가치를 세계적인 청정 기준으로 향상시키자라는 것이다. 상당 부분은 지키기만 해도 그 수준을 유지하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공존'은 이런 모든 인문, 사회, 물리적 환경과의 관계를 상호 공존이 가능한 방법으로 이뤄내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발과 보존의 공존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건가.
대표적으로 생태총량제라는 것이 있다. 생태총량제는 개발 사업을 하더라도 전체 생태의 총량을 훼손하지 않게 사업자가 복원하도록 기준을 설정한다. 청정의 근간을 이루는 자연자원, 예를 들어 숲이라면 그 숲의 가치를 단순히 훼손됐으니 그 자리의 건물을 거둬내서 숲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생태총량이란 측면으로 보면 다른 방법으로도 복원이 가능하다.
생태는 굉장히 입체적인 것이어서 많은 학자들의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성인 1인이 하루 호흡하는 양을 나무 15미터짜리 한 그루면 100퍼센트 기능 대체할 수 있다. 벽면 녹화나 옥상녹화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태 총량을 두고 복원 방법을 다양하게 제안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에너지를 100만큼 쓴다고 하면 30만큼을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던가 아니면 에너지 관련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세계기후협약처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수자원도 빗물부터 지하수, 폐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 계획을 내도록 할 것이다. 그 중에는 단순 물리적인 것 뿐 아니라 인문사회적인 것도 해당된다. 예를 들어 투자사업 제안이 들어오면 미래비전에서는 우리 도민을 위한 기여 부분에 대해 단순히 계획을 제시하라고 하는데 그치지 않고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미래비전에서 내세운 계획들이 난개발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래비전에서는 허가 억제지역은 가능한 개발을 억제하도록 했다. 반대로 제주시 등 도시화가 된 지역은 허가 허용지역으로 가능한 지금보다 허가를 수월하게 해서 밀도를 높이자는 생각이다.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산간과 수변지역은 억제와 허용의 중간 지역이라 고민이 많은데 여기에는 허가가 어느정도 신중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해서 허가 제한지역이라고 미래비전에서 분류해놨다. 허가 제한이라는 것은 허가도 가능하지만 그러나 우리는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우선하는 것이다. 사업자가 그곳에 개발을 하려면 생태총량 요구 기준을 지켜야 한다.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제주의 투자에 장벽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인허가 절차가 길어지고, 예전보다 더 훨씬 더 까다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래가치에 부합되도록 투자자가 따라온다면 인센티브를 반대급부로 제공하면 된다. 인센티브란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우리 미래비전에 부합되게 투자하면 통상 2년 걸렸던 인허가 절차를 6개월이면 되도록 한다든지 사업 진행 과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은 비법정계획이어서 규제라고도 볼 수 없다. 이게 나중에 법정계획이 되면 의무가 되지만 모든 걸 법정계획으로 의무화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선순위를 둬서 그에 따라 어떤 건 의무, 어떤 건 권장, 나머지는 선택 사항으로 정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인허가 과정에 있는 사람 취향에 따라, 판단 기준에 따라 이리저리 요동쳤다. 그런 기준이 모호할수록 뭐가 많이 생기나. 제주의 덕목이 청정인데 그런 덕목을 공무원들이 훼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런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미래비전 보고서가 발표되니 제주에서 여러 지적사항이 많았다. 해명하고 싶은 것이 있나.
지난 3일 열린 국제심포지엄을 비롯 앞으로 시민, 언론과 이런 류의 토론이나 대화 창구가 마련되면 적극 참여해서 설명하겠다. 실제 담당 공무원도 아직 미래비전을 다 이해 못한 상태이다. 이해를 하지 못하면 당연히 이견도 많다. 한라일보처럼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서 하나씩 하나씩 공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래비전 준비를 불과 일년 남짓 하다보니 미흡한 점이 있다. 이해가 부족해서 왜곡되게 전달 된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하나씩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미래비전이 실행되고 도민이 체감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하는지.
지금도 대규모 투자사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이들 대규모 개발사업에 메시지를 줬다. 지금은 아무런 구속력도, 실행계획도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은 상태임에도 제주도에서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시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두가지 성과만 진행되는 것 중에서 나온다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업자나 제주도 모두 '윈-윈'하는 것이다.
▷미래비전이 구상한 100년 뒤 제주의 모습은 어떤 그림인가.
제주가 청정 자연이라고 하는 자원을 어떻게 미래에 자본화시키느냐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과제다. 지금 제주는 자연 자원을 단순하게 보고 가는 일반관광으로 자본화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놔두면 제주는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망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람이 제주에 올수록 상대적으로 우리의 자원은 자본화가 되는게 아니라 상실된다. 당장 돈 얼마가 들어올 지는 모르지만 제주는 폐허가 된다.
제주의 미래는 목적 관광으로 완벽하게 전환해야 한다. 특수한 목적 있는 사람만 오도록 하는 것인데 그건 우리 도가, 사업자가 기획해 줘야한다. 그 방향은 고부가가치의 휴양관광이다. 이런 쪽으로 간다면 제주는 상당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면 일반 관광객이 오기에는 지나치게 힘든 곳이 될 수도 있을것이다. 자본으로 우리의 자원을 고부가가치로 바꿔놓는 그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미래 제주상이다. 서울=부미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