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2)백약이오름 맞은편 입구~문석이오름~높은오름~동검은이오름~구좌성산곶자왈~목장길~손지봉

[2016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2)백약이오름 맞은편 입구~문석이오름~높은오름~동검은이오름~구좌성산곶자왈~목장길~손지봉
잠시 빌려 걷는 자연의 길… 속도 늦추니 지천에 꽃 세상
  • 입력 : 2016. 06.01(수)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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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오름 정상서 만난 거대한 분화구 자태 신비
국수나무·찔레·쑥부쟁이·물까치수영·개민들레
무심코 지나쳤던 풀·나무 얼굴 찬찬히 보게 돼


봄의 끝자락에 선 제주의 오름은 '꽃들의 잔치'로 화려했다.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꽃에 저절로 걸음이 늦춰졌다. 더디게 걸으니 자연은 바삐 지나칠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난 21일 '2016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두 번째 발걸음이 이어졌다. 백약이오름 맞은편 입구를 따라 문석이오름, 높은오름, 동검은이오름, 구좌성산곶자왈, 목장길을 거쳐 손지봉으로 내려오는 여정이었다.

안개가 옅게 깔린 흐린 날씨에 아침 공기가 찼다. 그러나 길을 따라 걸으니 이내 움츠러들던 몸이 가벼웠다. 문석이오름 길목에 무릎 높이로 자란 수풀이 사락사락 바지 끝자락에 스쳤다. 멧새, 휘파람새 소리가 출발에 흥을 실었다.

문석이오름은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쉬이 오를 수 있었다. 오름에 이름 붙여진 '문석이'이라는 뜻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단다.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래킹연구소장은 "이 오름 가까이에 있는 알선족이, 웃선족이오름처럼 사람 이름을 땄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멀리에서 보면 그저 다 같은 오름이지만 그 안에선 낯선 이름도 저절로 되뇌이게 된다.

이어진 높은오름은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위에 흩어져 있는 뭇 오름보다 능선이 선할 정도로 가파른 탓이다. 그 높이가 400m를 훌쩍 넘는다.

에코투어는 찬찬히 걸을수록 자연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

나무가 우거진 사이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발길이 드문 길로 오르다보니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 때문에 저절로 자세가 낮아졌다. 잠시 빌려 걷는 자연에 해를 주지 않으려 속도를 더 늦췄다.

오름을 천천히 오르면서 마주친 자연은 더 또렷이 그 모습을 내어준다. 국수 가락처럼 축 늘어진 가지 끝에 흐드러지게 핀 국수나무 꽃이 수수한 자태를 드러내고, 새하얀 얼굴을 한 찔레꽃이 강한 향기로 제 존재를 알린다. 스치듯 지났으면 보이지 않았을 것을 하나 둘 발견하며 걷는 것은 분명, 또 다른 재미다.

오름 중턱에서 10여분 정도 더 올랐을까. 거대한 분화구가 펼쳐졌다. 높은오름 정상에는 둘레가 약 500m인 원형 분화구가 세 개의 봉우리에 둘러싸인 듯 자리했다. 흐린 날씨에 경관을 내려다볼 순 없었지만 희뿌연 안개가 바람을 타고 몰려오는 모습이 신비하게 다가왔다. 오름 정상에는 가을에 꽃을 피운다는 보랏빛 쑥부쟁이가 철모르게 피었다.

한줄로 길게 이어진 탐방객들의 이동 모습이 저 멀리 푸르른 오름을 배경으로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左 上), 탐방객들이 국수나무꽃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右 上), 계절을 잊은 채 봄날에 피어난 쑥부쟁이(左 下) ⑤노루발풀(右 下). 강희만기자

동검은이오름으로 가는 길에 만난 습지가 또 다시 걸음을 붙들었다. 웅덩이에는 푸른 창포가 긴 줄기를 뻗었고, 습지 주변에는 물까치수영이 곧게 서 꽃을 피웠다. "물까치수영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이권성 소장이 말했다. 길손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동검은이오름에는 서양금혼초(개민들레)가 지천이었다. 정상에 부는 거센 바람에 노란 민들레가 파도치듯 고개를 흔들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오름은 사뭇 달랐다. 피라미드를 닮거나 둥그런 봉우리 아래로 원형, 말굽형 분화구가 펼쳐졌다. 처음 지나온 문석이오름과 백약이오름, 민오름, 아부오름 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서양금혼초가 거대한 융단을 이룬 정상에서 허기를 달래며 잠시 몸을 쉬었다. "꽃밭에서 점심을 먹는 것은 처음이네요." 함께 길을 걸은 어떤 이의 말처럼 어느 때보다 특별한 한 끼였다. 이어 구좌성산곶자왈, 목장길을 따라 작고 봉긋하게 솟은 알오름을 넘어 손지봉에 올랐다.

함께 걷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가까워졌다. 혼자 왔다가 동갑내기 친구를 만들기도 하고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자연스레 서로 의지하며 걷는다.

지난해부터 에코투어에 참석했다는 강윤희(제주시 삼양·45)씨도 발맞춰 걷는 즐거움에 대해 얘기했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길을 함께 걸으면서 오름이나 새, 식물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서로 아는 것을 조금씩 나누다 보니 모르고 지나치던 것까지 보게 됐지요."

에코투어가 끝난 뒤에 꼭 후기를 남긴다는 강씨는 이번에도 거르지 않고 이렇게 썼다. '중산간 오름의 바람까지 사진 속에 담고 싶었던 하루.'

한편 6월4일 진행되는 3차 에코투어는 민오름에서 시작해 큰지그리오름, 목장길, 바농오름, 교래곶자왈, 목장길, 민오름 숲길, 비자림로 삼거리로 이어지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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