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17)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17)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
  • 입력 : 2016. 06.10(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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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많이 뒤쳐지면 예의주시
ADHD·지적장애·학습장애 등 원인
개선되지 않으면 전문의 도움 필요


강나리 교수

엊그제가 꽃피는 춘삼월이었나 싶었는데 어느덧 유월이다. 곧 있으면 각급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가정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코흘리개 자녀들이 있다. 건강히 잘 다닐 수 있을까, 학업은 뒤쳐지지 않을까,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자녀가 또래들보다 학업이 많이 뒤쳐질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나리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을 흔히 학습부진으로 표현한다. 학습부진의 의미는 보통 정상적인 지능지수를 가지면서 정서적 문제나 환경요인 때문에 학습성취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일컫는다. 학습부진 외에도 지적장애나 학습장애와 같이 특히 더 공부가 힘들만한 원인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또래에 비해 공부를 유난히 더 힘들어 하거나 학업성취도가 많이 떨어질 때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평가하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원인들에 대해 살펴본다.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 아동들은 과잉행동, 부주의, 충동성의 3가지 핵심증상을 갖고 있다. 수업시간에 제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꼼지락거리는 행동을 보인다. 주의가 산만해 한가지 과제나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외부의 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지기도 한다. 또한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급하게 끼어들거나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참견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핵심 증상으로 인해 ADHD 아동들은 부수적으로 학습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ADHD 아동에서 40%가 학습상 상당한 곤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며, 부진아가 될 확률이 정상 아동에 2~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경하거나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때는 행동수정, 부모 양육 상담 등을 우선으로 시행하지만 대개 학습이 또래보다 심각하게 뒤쳐질 경우는 주의산만함, 집중력 부족 등의 증상이 가볍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약물치료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일부 가정에서 자녀들의 학습부진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습부진은 보통 정상적인 지능지수이지만 정서적 문제나 환경요인 때문에 학습성취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일컫는다. 학습 부진과 함께 지적장애나 학습장애 처럼 특히 더 공부가 힘들만한 원인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 정서적 문제

정서문제에서 가장 대표적인 우울증은 소아청소년에서 반드시 우울한 기분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연령대 별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초등학교 시기에는 수행능력의 저하가 두드러지고,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신체증상의 호소가 있거나, 또래관계를 피하고 등교 거부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기가 되면 기분 변덕이 심하고 과민한 기분을 보이거나 학교 성적의 저하, 비행문제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불안정한 기분이나 주의집중력의 저하, 적응기능의 저하는 학업 수행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적절한 긴장은 성취를 이루는데 필요하기도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 불안하게 되면 적절한 주의력을 유지하기 힘들고 정신운동속도가 저하되며 결국은 학습의 수행능력을 저하시킨다. 일부 아이들은 시험과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 심한 불안을 호소하는 수행불안을 보이기도 한다. 아동기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는 아동의 생물학적 기질, 인지-정서발달의 수준, 가정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대해 놀이치료나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정신사회적 치료와 부모교육, 필요에 따라서는 약물치료를 고려하는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 특정학습장애

흔히 말하는 난독증, 난산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학습장애는 학습과 관련된 뇌 기능의 특정영역이 부족해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말한다. 보통 정규교육이 시작되는 시기에 또래에 비해 학업이 뒤처질 때 처음 발견된다. 난독증은 특정학습장애의 아형으로 분류되며 글자를 해독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을 말한다. 난독증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아주 익숙한 단어 외에는 읽지 못하거나 글자의 모양과 무관한 읽기 오류가 많고 베껴쓰기는 되지만 받아쓰기는 안 될 수가 있다. 또 스스로 읽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읽어주면 잘 이해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는 철자가 자주 틀리고 작문능력이 부족하며 책 읽기를 싫어하고 시간 내에 과제 수행이 어려워진다. 점차 읽기의 문제가 누적이 되면 어휘력이 부족하게 되고 결국 이해력이 부족하며 독서량 부족으로 이어진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에는 이러한 누적된 문제가 다른 과목의 학습에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추측 읽기가 많거나 느리게 읽는 학생은 또래보다 점점 뒤쳐질 가능성이 높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교육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글 난독증 아동에게는 음운인식훈련, 체계적인 발음 중심 교수, 해독훈련, 철자법 지도, 유창성 훈련이 결합된 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지각, 시지각, 감각통합, 운동치료 등은 아직 특정학습장애의 치료효과에 대한 근거가 빈약한 편이다.



# 지적장애

표준화된 검사에서 확인된 지적기능이 유의미하게 낮으며, 이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경우 지적장애 진단을 내린다. 특히 경도 지적장애는 학령전기에는 명확하게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으나 초등학교 이후부터 읽기, 쓰기, 계산, 시간, 돈과 관련된 학습에 어려움을 겪으며 나이에 맞는 기능을 하려면 보조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지적장애는 임상가의 진찰과 표준화된 검사를 통해 정확한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진단에 가장 적절하고 시행 가능한 치료와 지원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적응장애

정신사회적인 스트레스요인이 있을 때 일정기간 이내에 임상적으로 감정 변화나 행동 변화를 겪을 때 적응장애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이혼이나 새 학교로 전학 갔을 때, 일시적으로 친구들과 갈등을 겪거나 괴롭힘을 당할 때와 같이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의 변화를 보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공부에 집중이 어렵거나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전에 안정적으로 잘 지내다가 최근 학업 성적이 부진하거나 공부하기를 힘들어한다면 주변 환경과 관계에서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지 고려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강나리 교수는 "부모들이 아이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학습에서 아이가 성취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럼에도 또래보다 기초학습에서 많이 뒤쳐질 때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평가와 치료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주대학교병원·한라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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