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축구전쟁… 그녀들의 화려한 외출

[백록담]축구전쟁… 그녀들의 화려한 외출
  • 입력 : 2016. 06.13(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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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70년 제9회 멕시코 월드컵 출전국 결정을 위한 지역 예선전에서 중앙아메리카의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응원단이 장외 난투극을 벌인 것에서 비롯돼 1969년 7월 양국 간에 전쟁이 발발한 사건이 있었다. 양국의 외교가 단절되고, 4일간의 전쟁으로 약 1만7000명의 사상자와 15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축구경기가 계기가 돼 국가간 전쟁으로 비화한 '축구전쟁'이다.

# 2. 유럽 축구 최강팀을 가리는 유럽선수권대회인 '유로 2016'이 지난 11일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미니 월드컵'으로 불린다. 1960년 창설돼 지구촌 시청자수가 25억명, 총상금 3억1000만 유로(4000억원), 경제유발 효과만도 12억 유로(1조5700억원)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이 대회 역시 국가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유럽축구전쟁으로 불린다. 전차군단(독일), 무적함대(스페인), 오렌지군단(네덜란드) 등의 별칭은 전쟁에서 비롯된 것처럼 그야말로 '축구=전쟁'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다.

# 3.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오는 9월 시작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유럽의 강호와 평가전을 통해 전력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리우 올림픽대표팀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간 보이지 않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둘레는 27(68㎝)~28인치(70㎝)이고, 무게는 14온스(410g)에서 16온스(450g)인 둥근 공을 통해 전투(?)를 벌이는 축구에 대한 몇가지 사례다. 상대 골문을 열어 제쳐야만 승리하는 축구는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환희를, 또 어떤 이들에게 슬픔을 던져주는 스포츠이다.

그리고 어제 제주에서는 도내 여학생들의 최대 축구축제인 2016 제주컵 여자축구대회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선의의 경쟁만이 있었다. 대회성적을 통해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굴레'도 없었고, 패했다고 해서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지도 않는다. 다만 승자에게는 축하의 박수가, 패자에게도 수고했다는 격려가 쏟아지는 이 대회는 전쟁이 아닌 페스티벌이었다. 무엇보다도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잔디밭에서 거친 숨을 내뱉었던 여학생들은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대회연륜이 짧아 많은 것이 담겨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되고 있다. 경기장 마다 격한 충돌의 소리보다 서로 격려하고 환한 웃음으로 그라운드가 한바탕 '소란'스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상대 골문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과 더불어 응원석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선후배들이 모여드는 일이다. 선수들은 대회준비와 경기를 위해 몸을 만들고, 응원하는 이들은 목청껏 소리지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어른들은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건강한 학생, 건강한 시민, 건강한 사회가 되면 대한민국은 건강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제주컵 여자축구대회는 올해로 두번 치러졌다. 내년 세번째 열리는 대회에서는 보다 많은 학생들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FIFA 월드컵 응원의 함성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주변에도 있다. <조상윤 취재부국장 겸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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