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70년사' 통해 찾는 한반도 통일 열쇠
"평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국제문제 전문가로 불리는 김영희 대기자의 새 책 '베를린장벽의 서사: 독일 통일을 다시 본다'가 나왔다.
이 책은 독일 통일의 처음과 끝을 온전히 복원해 낸다. 독일 통일 25년을 맞아 펴낸 이 책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동서독 사이의 내적 통합 과정뿐 아니라 외적 조건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1945년 2차대전 종료부터 2016년 현재까지 70년 동안 펼쳐진 독일 현대사를 두루 살피면서 통일의 여정을 촘촘히 살펴 통일 안팎의 이야기를 집약해 내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단순히 국내 정치의 맥락이 아닌 세계정세 속에서 풀이함으로써 탁월한 안목과 식견을 제시해온 저자는 관련 문헌을 폭넓게 참고하는 한편, 통일로 가는 지난한 과정을 흥미로운 복선과 극적인 일화를 담아 한편의 대서사로 만들어냈다.
'독일 통일'로 가는 길은 3단계로 나눈다. 1장은 첫 단계인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가 추진한 서방정책을 다룬다. 이같은 서방정책이 성공함으로써 서독은 프랑스를 포함한 주변국으로부터 '유럽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졌다.
2장은 브란트가 1969년 집권한 뒤 바로 착수한 동방정책을 살펴본다. 3장부터 5장까지는 이와 같이 서독이 전쟁 후 동유럽·소련과 어떻게 관계를 개선했으며 이로써 통일의 초석을 어떻게 올려놓을 수 있었는지를 바르샤바조약 체결, 동유럽 시민혁명, 소련의 뻬레스뜨로이까의 순으로 상세히 살펴본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읽는 것도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모스크바조약을 성공적으로 이끈 에곤 바의 활약상은 우리가 눈여겨볼 만하다. 브란트의 동방정책 대부분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고 이후에는 '독일의 키신저'라고까지 불렸다. 독일 통일의 세번째 단계는 헬무트 콜의 외교로 집약된다. 6장과 7장은 1989년부터 전개된 헬무트 콜의 통일외교를 다룬다.
저자는 "통일은 외적 조건과 함께 내적 조건이 갖추어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당국 간 고위급 접촉뿐 아니라 민간 분야 교류의 확대·활성화가 필수적이다. 하루 빨리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상봉, 군사적 긴장완화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 여기서 저자는 브란트의 말을 인용한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평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창비.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