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문화예술인 마을과 제주의 여름

[하루를 시작하며]문화예술인 마을과 제주의 여름
  • 입력 : 2016. 06.22(수)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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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는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광역의 의미와 기초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세종특별시와 함께 하위에 기초자치단체를 두지 않은 단층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이름값인 '특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설문한다면 도대체 무엇이라고 답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주의의 터전이며 꽃이라고 한다. 1995년 6월 27일 역사적인 지방선거가 실시되어 1960년대 이후 잃어버렸던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었고, 30여 년만에 민주주의의 터전이며 꽃을 비로소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20년을 넘기고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만 보더라도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 '특별'이란 이름값을 가지고 있는 제주도에 대해 도민들은 어느 정도 지방자치의 의미를 체감할 수나 있는 것일까.

최근 경기광역단체에 속한 6개 지방자치단체 시를 보면서, 제주도를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머지않은 미래의 제주를 생각하는 일이 몹시도 불안하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살림에 필요한 돈을 얼마나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자체 수입으로 살림을 꾸릴 수 없는 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주는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등에 의존해야 한다. 형편이 어려운 시도지사들이 중앙정부에 굽실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화는 모양이나 성질이 바뀌어 달라짐을 뜻하고, 발전은 보다 낫고 더 좋은 상태로 나아감을 뜻한다. 제주도는 환경, 도시 계획, 관광지, 삶의 양태 등에서 최근 20여 년 동안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는 어느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따른 발전을 생각하면 제주도민은 물론이고 외지인들이 보기에도 수긍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아직도 '특별'의 의미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시대 제주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다. 조성 취지와 달리 현 실태를 보면 차라리 끔찍하다. 관광자원화와 함께 제주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취지에 의해 1999년 북제주군이 총 사업비 46억 원을 투입해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일원 9만7906㎡ 부지에 조성했다. 당시 48명의 문화예술인들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분양을 해서 입주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30명 정도가 건축을 해서 사용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입주해서 활동하는 예술가는 5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제주도와 도민, 한경면이나 저지리의 처지로 봐도 예술인마을은 자랑이 아니라 치부가 되어가고 있다. 제주도의 변화는 개발이 아니라 발전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변화는 시간의 단순한 결과이지만, 발전은 인식의 밀접한 성과다. 최근 우리 제주도의 경우 변화는 있으나 발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지방자치 시대에 그 주체를 우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위하거나, 제주로 유입되는 인구를 위한 어떠한 정책도 기존 도민을 위한 정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올해 여름은 길고도 몹시 무더울 것이라고 한다. 이제 여름 피서객 및 관광객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제주도는 한바탕 몸살을 치르게 된다. 제주도는 우선 도민의 삶과 생활의 터전이라야 한다. 이를 떠나 피서객과 관광객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은 교만이며 무지의 소치다. 내 코가 석 자라는 말은 이 경우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관광객 유치, 외자 유치 등 주객이 전도된 정책으로는 제주의 변화에서 발전을 기대하기란 까마득하다. 왜 제주도의 인구가 70만명, 80만명이 되어야 하는가. <좌지수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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