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제주 제2공항·강정마을 갈등, 누가 풀어낼까

[백록담] 제주 제2공항·강정마을 갈등, 누가 풀어낼까
  • 입력 : 2016. 07.11(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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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와 지역이든 크고 작은 '갈등'을 품고 있다. '행복지수'가 높은 도시로 손꼽히는 서귀포시에도 적지않은 갈등이 혼재하고 있다.

'갈등(葛藤)'은 칡넝쿨의 '갈(葛)'과 등나무덩굴의 '등(藤)'이 합쳐진 말이다. 칡넝쿨과 등나무 덩굴은 둘 다 다른 식물을 감아 오르며 자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칡넝쿨은 왼쪽으로 감으며 올라가는 반면, 등나무 덩굴은 오른쪽으로 감으며 올라간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들이 감아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반대이기 때문에 한번 엉키면 풀기 어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갈등 상황은 딜레마를 만들어낸다. 어느 한쪽을 만족시키려다보면 다른 한쪽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창의적 해결'이 필요하다.

제주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 사안은 서귀포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해군기지는 제주사회 가장 심각한 갈등사안으로 지난 10년간 지속됐다. 최근 불거진 제주 제2공항 갈등도 해군기지와 비슷한 상황이 될지 모른다.

이런 서귀포시의 갈등을 누가 어떻게 창의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누가 '갈'이고 누가 '등'인지는 정리하기 어렵다. 하지만 '갈'과 '등'이 더 꼬이기 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서귀포시가 지역구인 위성곤 국회의원은 20대 국회가 출범한 직후부터 성산읍과 강정동을 잇달아 찾았다. 주말에는 지역주민의 여론을 정부·국회에 명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주민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후반기 의장으로 취임한 신관홍 신임 제주도의회 의장도 다르지 않았다.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과 제2공항 갈등 관리에 있어 도의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국회와 제주도정, 의회가 함께 도민통합·사회통합 차원에서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중환 서귀포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갈등 해결'에 방점을 찍겠다고 했다. 취임사에서도 "제2공항 개발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과 관련한 갈등관리를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하고 첫날부터 성산읍과 강정동을 찾았다. 이 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젊은 시장'이다. 나이가 젊다는 것은 공직사회에서는 '긍정의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젊은 시장'이 어떤 창의적인 갈등관리 해법을 제시할지는 시민과 공직자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다.

신임 시장이 취임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강정마을 중덕삼거리에 설치됐던 망루와 컨테이너 등 가설시설물에 대한 자진 철거·이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현장에서는 마찰이 없었다. 갈등해결의 '단초'는 강정주민들의 '저항정신'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기념하는 것에 동의했던 점이었다. 이들이 왜 생업을 내팽개치고 오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그 시설물은 '흉물'이 될 수도, 기념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인정하면서 '철거'보다는 '이전'으로 입장이 모아진 셈이다.

이 시장은 서귀포시 지역의 '크고 작은 갈등'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지역마다 갈등요소가 있고, 제주로 이주한 이들과 토착주민들과의 갈등도 있다. 갈등해결이 실마리는 갈등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갈등이 없다고 감추는 것은 갈등을 곪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갈등이 있음을 인정한다면 어떤 부분에서 그 갈등이 생겨났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갈등'이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관리'·'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이중환 시장의 '일성'이 서귀포시정의 수장으로서 향후 지혜를 발휘하는 '잘 끼운 첫 단추'가 되길 기대한다. <이현숙 서귀포지사장 겸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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