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분화구 프로젝트/ 세계의 보물로](3)하논은 어떤 곳인가

[하논분화구 프로젝트/ 세계의 보물로](3)하논은 어떤 곳인가
하논은 한반도 유일의 지구환경 변화 기록된 타임캡슐
  • 입력 : 2016. 08.15(월)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반도 최대 규모의 마르형 분화구인 하논 퇴적층에 대한 시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퇴적층 1000년마다 30~40cm씩 5만년 동안 15m 쌓여
동북아시아 기후변화와 식생천이 등 고기후 환경 간직
밑으로 내려 갈수록 한랭건조기후의 빙하기 식생 관측

한반도 최대 규모의 마르형 분화구인 하논은 약 5만년 동안의 생명정보가 저장돼 있는 독보적인 자원이다. 세계적인 희귀자원으로서 동북아 고식생, 고기후의 변천사와 미래 기후변동을 연구할 수 있는 국내 최적으로 장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논은 독보적인 가치에도 불구하고 오랜 경작으로 분화구 화구호와 천연의 식생이 사라진 상태이며, 주변 도로 개발 등으로 그 원형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보통 마르 분화구 퇴적물의 가장 아래층은 물이 혐기성 환경이기 때문에 해저 생물에 의해 방해를 받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원시 환경의 긴 기간 동안의 기록이 마르 퇴적층에 보관돼 있는 것이다. 온도, 산소, 조도가 급격히 낮아져 통조림을 냉장고에 넣은 것과 같은 효과로 마르 퇴적층에는 고기후·고생물의 정보가 잘 보존돼 빙하기를 포함한 수 만년 동안의 지구환경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하논분화구의 마르 퇴적층은 1000년에 30~40cm씩 쌓여 깊이가 대략 15m에 이른다. 5만년동안 쌓인 것이다. 퇴적층은 상하지 않는 상태로 동북아시아의 기후변화, 식생천이 등 고기후 환경 정보가 고스란이 간직된 생태계 타임캡슐로서 학술적 가치가 상당하다.

하논 마르퇴적층에서 산출된 포자와 화분.

또 퇴적물은 주로 생태계 및 바람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와 분화구 내 생물·지질·지형학적 환경에 의해 지배받는다. 따라서 고환경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표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하논분화구에 집적된 퇴적물은 분화구 자체 기원과 외부 기원으로 나눌 수 있다. 자체기원 퇴적물은 분화구 주변 화구륜과 분화구 내에 분포하는 응회암과 화산암이 풍화를 받아 생성된 입자들로서, 사면사태나 빗물, 바람 등에 의해 화구호 안으로 유입된다. 외부기원 퇴적물은 주로 바람에 의해 이동해 화구호로 유입된 것들로서 먼지, 황사, 화산재 등으로 이루어진다.

유기적 퇴적물은 화구호의 플랑크톤 등 각종 수생 미생물과 동식물, 그리고 화구호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의해 생산된 것들이며, 일부는 대기를 통해 유입된 화분(꽃가루)과 포자를 포함한다. 화학적 퇴적물은 분화구를 구성하는 암석으로부터 용해된 성분과 생물체가 분비하거나 죽은 후 분해과정에서 침전된 것들이다.

하논분화구의 동북아시아 기후변화에 대한 의미와 이와 관련된 식생변화 등 퇴적물에 대한 유기물함량, 유기물의 탄소 및 질소 동위원소, 육성기원 유기화합물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시추를 통해 하논분화구 퇴적물에 시료를 채취했다.

이후 채취한 시료를 가지고 하논분화구의 기후 조건에 따라 나눠진 생물군집단위측정법에 근거해 하논퇴적층을 분석·연구한 결과, 하논의 식생은 현재 백두산 지역 이상에 자라는 분비나무, 자작나무속 식물들이 현재의 상록성 참나무(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등)로 변화한 것이 확인됐다.

기후변화에 따라 하논은 한대혼효림→온대낙엽수림→한대혼효림→온대림→한대침엽수림→한대혼효림→난대림→온대낙엽수림→난대림으로 상층부에는 따듯한 기후의 홀로세 식생이 분포했으며, 밑으로 내려 갈수록 한랭건조기후의 빙하기 식생이 관측됐다. 빙하기에서 점점 홀로세 식생으로 기후 변화를 보인 것이다.

하논 퇴적층의 시료를 채취해 포자와 꽃가루인 화분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양치식물 포자, 나자식물 및 피자식물 화분이 풍부하게 퇴적돼 있는 것이 조사됐다. 시추 심도에 따라 따뜻하고 습윤한 기후대의 식생과 한랭 건조한 빙하기 식생이 관찰된 것이다.

포자와 화분은 육상식물의 생식기관으로 퇴적층이나 토양층에 매몰될 수 있는 식물의 부분 중에서 양적으로 가장 풍부하며 화학적으로 안정된 성분으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현미경적 크기를 갖기 때문에 시추 코아와 같은 소량의 시료만으로도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기후를 규명하고 고식생을 복원하는데 가장 유용한 재료로 뽑힌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이현숙·강경민·이태윤·김희동천기자

◇자문위원=김은식 교수(국민대, 복원), 김찬수 박사(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식물), 양영철 교수(제주대, 제도 정책), 윤석훈 교수(제주대, 지질), 이석창 대표(하논범추위, 총괄)

1만8000년전 서귀포 연평균 기온은 3℃

빙하기 물러나며 기온 지속적 상승
호수바닥 지구생태계 변천과정 축적


하논분화구는 서귀포시 서홍동과 호근동 일대 삼매봉 북쪽지점에 위치한다. 동서방향으로 약 1.8km, 남북방향으로 약 1.3km의 너비를 갖는 타원형 화산체다.

면적은 총 126만 6825㎡으로 바닥면적이 21만6000㎡, 둘레는 3774m에 달한다. 분화구의 높이는 표고 142m, 비고 최대 90m에 이르며, 분화구 직경은 1.2km다. 한반도 유일의 마르형 분화구로서 규모 면에서도 단연 한반도 최대 규모의 위용을 자랑한다.

하논 마르퇴적층의 연간 온도변화.

지금으로부터 약 5만년 전 제주도 일대의 지각변동 과정에서 강력한 수성화산의 폭발로 이처럼 세계적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경관의 마르형 화구호수가 만들어졌다.

빙하기를 거치며 그 호수 바닥에는 지구생태계의 변천과정에 관한 귀중한 정보가 축적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논 퇴적층에 나타난 기온 변화를 조사한 결과 약 1만20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평균기온은 14℃로 현재 서귀포의 기후와 유사했다.

약 1만8000년 이전에는 연평균 기온이 3℃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가 이 시기를 전환점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빙하기가 물러난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북반구 지역에 비해 2000~3000년 앞당겨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온난한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에 의해 제주도가 서태평양 바다표면의 온도변화에 가장 빨리 반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01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