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낸다. 자신이 힘들게 번 소득의 일부를 내는 것인 만큼 세에 대한 반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 세금으로 사용되는 국가의 각가지 사업들을 따져 보면서 혈세를 낭비한다고 토를 달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민감한 사람들조차 세금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 설사 불만이 있어도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선 운명처럼 당연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선거 때가 되면 으레 세를 감해준다는 공약이 우후죽순 터져 나오고, 당선이 되면 어느새 공약은 백지화되고 오히려 세금이 늘기까지 한다. 그만큼 세금이 복잡하고, 빈틈도 많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정치인조차 "모든 시민이 각자의 소득세를 냅킨 한 장에 계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말을 할까. 이렇듯 말 많고 탈 많은 세금을 우리는 왜 내고 있으며, 그 세금이란 제도가 과연 납세자 모두에게 정당·공평은 한 걸까?
이 책은 국가가 수입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 세무사가 말하는 어렵고 복잡한 용어가 아니라,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수염세·창문세 등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세금들부터 지금 우리가 납부하고 있는 간접세·누진세·부가가치세 등에 이르기까지 세금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을 의문에 의문들들 꼬리를 물듯 차례로 연결시키며 제시해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세금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나아가 세금에 대해 우리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들어 준다.
저자는 세금이 어떠한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공정할 수 없으며, 이러한 문제로 말미암아 세금을 많이 걷으려는 자와 적게 내려는 자의 마찰 또한 무한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탈세를 하는 자가 나오고, 국가나 정치가들은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조세 제도를 더욱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세금에 대해 무관심한 시민들의 의식을 꼬집고 있는데 납세자들 대부분이 자신들이 얼마는 내는지 보다 다른 누구보다 얼마나 덜 내는지 그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조세 제도를 야기하게 된 궁극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시민의 것은, 시민의 것으로. 결국 저자는 세금에 관심을 갖는 것이 세금을 시민에게 되돌리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당신의 주머니에서는 과연 얼마치의 세금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이지윤 옮김. 재승출판.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