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문득문득 떠오르는 어버이 또 한 가지 내리사랑

[하루를 시작하며]문득문득 떠오르는 어버이 또 한 가지 내리사랑
  • 입력 : 2016. 09.21(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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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문득 떠오르는 어버이의 또 한 가지 내리사랑은 앞의 사랑에 연계한 내리사랑이다. 여기서 앞의 사랑이란 필자의 졸고(한라일보 칼럼 하루를 시작하며 '어버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하늘 같은 내리사랑' 2016년 5월25일)에서 논의·제시했던 내용 중 다음 대목을 말한다. 즉, "아기는 아랫니가 2개 정도 돋은 젖먹이였지만 이유식이 필요했다…. 더욱 감명 깊은 점은 아기가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여 기도가 막힐 것을 염려해서 용량이 작은 '아기 숟가락'과, 그리고 아기가 함께 식사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먹을 수가 없어서 울거나 혼자 먹으려고 욕심을 내지 않고 천천히 안심해서 먹을 수 있게 해주려고 '아기 밥그릇'을 따로 미리 마련한 점이다." 이 대목의 내용은 필자가 소년시절 감동하였던 어버이의 하늘 같은 내리사랑 2가지다.

이 2가지 내리사랑에 연계해서 '어버이의 하늘 같은 내리사랑 3가지'로 기리고 계승하고자 문득문득 떠오르는 또 한 가지 내리사랑이 있다. 즉 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 때 10월 어느 날 아침 이웃집에서 부모님을 찾아 제사음식을 보냈다. 부잣집 제사 때가 아니면 먹어보기 힘든 송편·시루떡도 보였다. 어머님께서는 일하러 가시는 아버님께 제사음식과 함께 아침밥상을 따로 차려 드렸다. 우리(자녀 4명)은 몫몫이 벼르어 나눠주시는 간단한 제사음식으로 아침 끼니를 때웠고 어머님은 우리에게 나눠주신 다음에야 그릇을 정리하시면서 지스러기만 드셨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작은 조각으로 조금씩 떼어서 먹으시고 나눠주셨다. 필자는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온전한 것은 참아서 아꼈다가 밖에 나가 놀 때 은혜를 입었던 친구 등 골목친구들과 조금씩이나마 나눠먹으려는 마음에서 흠집이 없는 온전한 상태로 주시기를 바라며 아쉬워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우연히 이유식 하는 영아를 볼 때면 소년시절의 이러한 모습이 감명 깊게 떠오른다. 그 당시 온전한 상태로 주시기를 바라며 아쉬워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떠올리면 인간의 만족지연 특성이 연상된다. 만족지연 연구의 창시자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월터 미셸(Walter Mischel) 교수 등 관련 심리학에서 말하는 '만족지연' 이론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장 실현하지 않고 자기 통제를 통해 잠시 그것을 지연시키는 성격의 마음에서 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우리들의 만족지연 특성을 골목친구들과 나눠 먹으려는 마음보다는 시식한 후 우리에게 먼저 나눠주시고 지스러기만 드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서 어머님도 같이 드시도록 하는 일에 실현했어야 도리인 것을…. 철부지 소년시절이 죄스럽고 부끄럽기만하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조금씩 떼어서 먹으시고 나눠주시는 모습에선 '당신께서는 자식들이 탈 없이 배불리 먹으면 그것으로 행복하다. 그런데 외부에서 들어온 음식이라 걱정된다. 먼저 후각과 미각으로 기미를 보듯 시식해 본 후 상하거나 오염되지 않는 음식을 먹여야 한다.'라는 어머님의 하늘 같은 내리사랑의 의미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상에서 아기 숟가락 갖추기·아기 밥그릇 갖추기·음식은 시식해서 신선도 확인 후 먹이기. 이 3가지는 자녀들이 장성했을 때 치사랑의 종묘(種苗)가 될 내리사랑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다. 치아가 2개 정도 돋은 영아의 생활 능력은 과거나 현재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현재의 영아도 위의 어버이처럼 잘 보살펴서 특히 영유아를 처음으로 키우는 젊은 부모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정한석 전 초등학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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