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시작하며]풋귤은 풋귤이었다

[하루를시작하며]풋귤은 풋귤이었다
  • 입력 : 2016. 09.28(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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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로 기대를 걸었던, 올해 처음 실시한 풋귤 수매는 규격제한, 수매기한 등으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풋귤정책'으로 끝이 났다.

당초 수매계획 물량은 1만t이었지만 실제 수매물량은 173t에 그쳤다. 글자 그대로 설익은 풋귤이었을 뿐이다.

제주도는 49㎜ 이상의 풋귤을 ㎏당 320원에 수매키로 애초에 계획했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수매물량이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친 것은 우선 규격제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7~8월의 폭염 등의 영향으로 8월말까지 49㎜ 이상 되는 물량이 많지 않았다.

한편 농민들은 49㎜ 이상 되는 감귤이 많지 않아 규격에 해당하는 것을 골라 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제 제주의 감귤나무는 50년 이상이 흔하고, 농민도 65세 이상의 고령이 대부분이다. 여러 가지로 대책이 서야지, 풋귤 하나 가지고는 대책이 서지 않는다.

65세 이상 고령의 노인이라도 우선은 감귤을 포기하지 않고, 영농에 막연한 기대를 하는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은 108년 만의 폭염이었다는데, 제주는 감귤 농작업을 할 때였으니, 복합적인 이유로 평균 열매 크기는 작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마다 연초에는 뭔가 될 것처럼 정책이 내세워졌지만, 연말이 되면 그 해가 그 해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어려운 얘기할 것도 없이 소득을 위해서 땡볕의 고통도 참아냈다.

도 농업기술원의 지난 8월 말 2차 관측에서 생산량이 54만4000t으로 예상 크기는 작고 맛은 좋을 것으로 예측돼서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5월 개화기에 실시한 1차 관측 조사 시의 예상 생산량 61만t보다 많이 줄었으니 마지막 기대를 가질 만하다. 여기에서 얘기하는 것은 전부 노지감귤을 말함이다.

올해 산 노지감귤은 자연 생리낙과 시기인 6월의 일조량 부족과 7월 상순에 주·야간 평년에 비해 꽃이 많이 피어 열매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7~8월의 폭염과 가뭄 등 복합적인 이유로 당도는 8.0브릭스로 앞으로 관리와 기상이 좋을 경우 맛은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업기술원에서 11월에 마지막 감귤품질과 생산량 조사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풋귤이 1만t 계획에 173t 수매에 그쳤고, ㎏당 320원씩을 계획했지만, 농가와 인터넷 직거래는 규격제한 없이 2600~3000원 선에 거래된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농민의 입장에선 "49㎜ 이상 되는 감귤이 많지 않아 규격에 맞는 풋귤만 골라 따기도 쉽지 않고, 무더위에 어렵게 수확한다고 해도 하루 일당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고품질 영농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주민이나 감귤을 처음 해보는 사람은 감귤재배가 힘든 것을 알 것이다.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65세 이상 고령의 입장에서 활발한 영농이 가능하겠는가. 감귤재배쯤이야 하겠지만 고품질은 어렵다. 필자도 공직을 마치고 노지재배는 물론 잡감의 하우스 재배를 10년간 해봤는데 번번이 고품질 생산은 힘들었다.

9월부터 출하 금지된 '풋귤'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8월 말 이후로 비상품인 풋귤의 유통기한이 종료됐지만 일부에선 위반하고 있다.

조례 개정 당시 당초 제주도가 감귤의 기능성 성분을 이용할 목적으로 9월10일까지 출하되는 미숙과를 풋귤로 정의하려고 했다.

내년도에는 풋귤에 대한 정책이 개선되고,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오태익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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