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극장가에 적수가 없을 것으로 보였던 영화 '아수라'의 기세가 예상보다 금방 꺾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개봉한 '아수라'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나 개봉 6일째이자 개천절 연휴 마지막날인 3일 2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실시간 예매율에서부터 팀 버튼 감독의 신작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하 '미스 페레그린')'에 밀리더니 결국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줬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는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등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강도 높은 폭력 묘사로 개봉 전부터 화제와 논란이 됐던 영화다.
주연 배우들이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총출동해 스크린에서 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수라'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여기에 국내 최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아 1천200개가 넘는 스크린(상영횟수 5천700여 회)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초반 흥행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본 관객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면서 판세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주연 배우들의 호연과 긴장감 있는 감독의 연출력에 높은 평가를 주는 관객들도 많았지만, '스토리에 공감이 안된다'거나 높은 폭력수위와 욕설에 거북함을 표시하는 관객들도 많았다.
현재 네이버에서 '아수라'의 네티즌 평점은 6.24점에 머물러 있다.
실제 영화를 본 관람객들만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CJ CGV '골든 에그 지수'(Golden Egg)는 61%를 기록 중이다. 경쟁작 '미스 페레그린'이 91%,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와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이 각각 96%와 99%인 점을 고려하면 관객 평가가 현저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롯데시네마의 '아수라' 관람평점도 5.6점으로 8∼9점대인 경쟁 영화들보다 낮다.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입소문"이라며 "주말 동안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돌면서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개봉 전에 펼친 대대적인 마케팅과 홍보 효과가 개봉 첫주에 반영됐으나, 개봉 2주차까지 흥행을 이어가려면 영화에 대한 평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7월 여름 휴가철에 개봉한 '군도: 민란의 시대'도 하정우·강동원이라는 스타성 높은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면서 개봉 이틀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우호적이지 않으면서 개봉 2주차에 관객 수가 급감했다. 물론 '군도' 개봉 일주일 뒤 '명량'이 개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아수라'의 경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어서 개천절이 낀 사흘 연휴 동안 가족 관객을 흡수하지 못한 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계 관계자는 "박스오피스 1, 2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판세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미스 페레그린'이 입소문에 힘입어 스크린 수를 늘려가고 있어 1위 수성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스 페레그린'은 '아수라'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스크린 480개(1천480회 상영)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904개(3천181회 상영)로 늘어나,아수라의 1천184개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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