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이끌어온 선각자들](13)최정숙 초대 제주도교육감

[제주를 이끌어온 선각자들](13)최정숙 초대 제주도교육감
독립운동가·여성운동가·의사·교육자로 뜨거운 삶 살다
  • 입력 : 2016. 10.06(목)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초대 제주도교육감 취임식에서 최정숙 교육감이 선서를 하고 있다.

1919년 독립운동하다 옥고 치르며 온갖 고초
고향서 정화의원 열어 극빈환자 주로 보살펴
신성여중고 교장 퇴직 후 1964년 초대 교육감
도내 여중·고 설립 등 여성교육 활성화 힘써

'삼다(三多)의 섬' 제주. 도민의 억척스런 삶을 보여주는 제주정신은 여성이 대변한다.

바람과 돌이 제주의 자연이라면 여성은 단순히 남성과 대비해 숫자적으로 많다는 게 아니라 모질고 험한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양육시켜 온 제주인의 정신을 말해준다.

제주의 여성은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제주역사의 '주체'인 셈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 의사, 교육자로 정열적인 삶을 살다간 최정숙 제주도 초대 교육감의 신성여중 교장 시절

초대 제주도 교육감 최정숙(1902년 2월 10~ 1977년 2월 22일)은 교육자이자 3·1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 여성계몽 운동가, 의료인, 종교인으로서 제주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그는 1902년 2월 초대 제주지법 법원장을 지낸 최원순과 어머니 박효원의 6남매 중 맏딸로 제주시 삼도리 948번지에서 태어났다.

1909년부터 1914년 3월까지 제주 최초 여학교인 신성여학교를 거쳐 서울 진명여고에 진학했다. 이어 경성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 사범과를 다니던 중 1919년 11월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제에 붙잡혀 경성지방법원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기까지 8개월여의 옥고를 치르면서 일제로부터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출옥 후 여성교육과 여성계몽에 투신, 1921년 3월 여성 문맹퇴치운동으로 '여수원'을 개원해 교직에 몸담았다.

서울 진명여고 재학시절 친구와 탁구를 치는 모습

이어 1942년 3월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했고 제주에서 소아과 정화의원을 개원해 무료봉사를 펼쳤다. 38세의 늦은 나이에 경성여자의과전문학교에 도전해 의사면허를 취득했던 그는 정화의원을 통해 극빈환자 등을 돕는 일에 나섰다.

이후 1949년 모교였던 신성여자중학교 인가에 힘을 기울였고 1954년 사립 신성여자고등학교 초대교장으로 부임해 제주여성교육의 텃밭을 일구었다.

교사로 민족교육 및 인재양성에 힘쓰는 등 활동을 계속해 오던 그는 1960년 신성여중·고교장직을 끝으로 퇴직한다. 신앙생활에 전념하던 그는 대한적십자사제주도지사 부지사장으로 활동하다가 1964년 교육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제주도 초대 교육감에 선출됐다.

전국 최초 여성 교육감은 당시 유교사상에 입각한 철저한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취임 후 학원의 민주화, 생산기술의 연마, 능력계발, 체위향상이라는 역점시책으로 4년간 제주교육을 이끌었다. 재임 중 교육위원회 청사 신축, 여성 교육 기관을 비롯한 각급 학교 증설, 재일 동포와의 유대 강화, 제주 교육 3대 운동(면학·개발·예절) 추진, 생산 교육 강화와 향토 학교 건설 등의 업적을 남겼다.

1964년 열린 제주도교육청 현판식.

1960년대 제주교육의 가장 시급한 문제점은 경제 성장과 함께 높아져 가는 주민들의 교육적 욕구와 이러한 욕구를 충족해 줄 교육 시설의 확충이었다. 이를 위해 모든 어린이가 의무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민학교 설립을 활발히 진행했다. 재직 중 도농간 학력 차를 극복하고자 대정여중·고와 한림여중·고, 제주중앙여중, 제주여자실업고 등을 설립해 여성 교육 활성화에도 힘썼다. 제주교육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1964년 장학 목표로 '향토 사회에 공헌하는 자활인의 육성'을 제시하고, '생산 기술의 연마'라는 장학 방침 속에 향토 학교 건설을 추진했다. 학교가 갖고 있는 기능·시설·지식·기술을 향토사회 발전을 위해 제공하고 나아가 고장이 직면한 온갖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학교가 앞장섰다. 도로변에 꽃 심기, 손 흔들기 운동 등을 추진했다.

1941년 2월 16일이라는 날짜가 적힌 경성학교 시절의 최정숙(오른쪽).

5·16민족상은 1966년 3월 24일 5·16민족상운영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만들어진 상으로 매년 5월 16일에 5개 부문에 대해 시상하였는데, 최정숙 교육감은 제2회 교육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정부는 지난 1993년 고인의 공훈을 기려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신성학원총동문회와 제주교육박물관은 지난해 8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조국과 고향 제주를 위해 뜨거운 삶을 살다간 신성여학교 1회 졸업생 최정숙 선생을 기리는 유품전시회를 개최했다.

극빈환자를 돕는 일에 힘썼던 의사 최정숙

신성학원동문 오순덕 회장은 "최정숙 선생은 신성여학교 1회 졸업생으로 신성여자중고등학교 창설의 주역이자 교육자로, 그리고 제주 여성 최초의 초대교육감으로 제주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이다. 또 일제강점기에 조국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펼친 지사였고 개화기 제주여성의 문맹퇴치와 교화의 발판을 놓은 선각자"라며 "독립운동가, 여성운동가, 교육자, 의사, 사회사업가로서 정열적인 삶을 살다간 선생의 삶은 보면 볼수록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 회장은 "선생의 삶과 정신을 미래의 정신으로 계승시키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41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