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05)제주시 봉개동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05)제주시 봉개동
절물휴양림서 사려니숲길까지 치유 공간 곳곳에
  • 입력 : 2016. 10.11(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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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오름 앞 제주4·3평화공원 부근에서 북쪽 명도암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위)과 도시화 단계에 들어선 번영로 부근 전경(아래).

도심 동남쪽 관문 역할 '번영로가 번영시키는 마을'
4·3으로 숱한 인명피해… 제주4·3평화공원 들어서
폐기물처리장 이전시 주민참여 생태공원 조성 목표



번영로가 번영시키는 마을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길이 얼마나 중요한 지역 발전의 디딤돌이 되는 것인지 봉개동의 옛날 모습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제주시 도심 지역의 동남쪽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이면서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와 자연의 가치와 함께 하는 곳. 명도암에서부터 용강마을, 동회천과 서회천까지 아우르는 봉개동. 예전에는 중산간 마을목장 영역을 따로 가지고 독자적인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크고 작은 오름으로 빚어진 모습이다. 그 숫자만 24개. 오름축제까지 열리는 봉개동이다. 해발 900m 가까운 곳에 산정화구호를 가진 물장오리오름은 설문대할망이 빠져 나오지 못해 수장(?)된 곳이다. 설문대할망이 물장오리에 빠지기 전에 멀리 바다가 보이는 북쪽으로 시선을 향했으면 성진이오름, 개오리오름, 절물오름, 민오름, 큰노리손이, 밧세미오름, 열안지오름, 칡오름 등이 보였을 것이다. 오름과 오름 사이 여백에 자연스럽게 높고 낮은 구릉들이 형성되고 숲과 초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이한 것은 지형적으로 봉개동 중심을 흐르는 큰 냇가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솟아나는 샘물들이 많아 사람이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을 하늘에 눈부신 용강마을(웃무드네)의 아침 풍경.

강용기(81) 노인회장이 설명하는 봉개동에 포함된 마을들의 설촌은 이렇다. "약 1500년경에 이미 명도암, 새미, 가는새, 봉아오름, 웃무드네 등 5개 마을이 있었다고 합니다. 1913년 일제강점기에 봉아오름 및 명도암을 봉개리로, 새미와 가는새를 회천리로, 웃무드네를 용강리로 개칭하게 되었습니다. 4·3으로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마을들이 모두 타버려서 그 이전에 살았던 주거지역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곳들이 있지요." 특히 명도암 지역은 큰 부락이었지만 모두 타버려서 아랫마을 봉개로 이주하여 살고 있는 가구가 많다고 했다. 그 아픈 역사의 장소에 '제주 4·3 평화공원'이 건립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도로여건과 자연자원이 만나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대표적 사례답게 관광 관련 시설들이 많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많이 찾는 제주의 대표적인 힐링공간이라는 절물휴양림, 명도암관광휴양목장, 노루생태관찰원, 사려니숲길 등 자연자원들과 명도암 참살이체험농장, 어린이 교통공원, 청소년유스호스텔과 기업에서 운영하는 유명한 관광숙박시설들이 들어와 있다. 용강동에 있는 왕벚나무자생지는 천연기념물 159호로 보호되고 있으며 회천동 화천사 오석불은 제주시 유형문화유산 3호로 지정되어 있다. 21km에 달하는 자전거트레킹 코스는 일품이다. 신당들도 많은 곳이다. 뒷솔당, 도욕남담밭, 새밋당, 남선밭당, 괴(바위굴)당 등이 있다. 특히 용강동에 괴당에 얽힌 유래담은 제주인의 불문율에 가까운 가치관을 각인시키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옛날 옥황상제의 셋째 딸이 섬 제주에 내려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쌀을 공짜로 얻어먹고 하늘나라에 갔더니 공짜로 쌀을 얻어먹었다고 하여 다시 쫓겨나 한라산 백록담에서 북쪽으로 내려오다가 현재 위치에 좌정하게 되었다.' 하늘도 공짜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통하여 훈육된 인생관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의 땅. 삼무정신 중에 '거지 없는 섬'은 이렇게 괴당 옆 500년 된 밤나무뿌리처럼 깊게 박혀 있다. 그만큼 근면과 성실을 자산으로 살아왔다는 이야기.

조재홍 주민자치위원장

조재홍(59) 주민자치위원장이 밝히는 발전 방향엔 희망이 넘친다. "국토부에서 시행하는 도시활력증진사업 대상지로 봉개동이 선정되었습니다. 60억원 규모 사업을 통하여 이룩해야 할 것은 문화교류센터 기능을 담당할 전천후야외공연장 건립입니다. 체험관광의 중심지로 각광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기 때문에 자연복합형 테마를 가지고 자치역량을 집중한다면 자생력이 가장 막강한 지역이 될 것입니다." 봉개동에 이미 들어와 있는 시설과 인적자원이 발생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실천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를 인정한 행정지원이라는 의미도 되고.

도민과 관광객들의 힐링공간인 절물자연휴양림 입구.

양철우(54) 통장협의회장은 "쇼핑아울렛이 유치되거나 주민 자치 역량을 발휘해서 시설과 운영을 해야 합니다. 수많은 관광시설이 들어와 있고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필요한 사업입니다"라고 봉개동 발전 방향을 밝혔다. 대도시 역세권지역과 같은 입지 여건을 살리겠다는 선도적 방안이었다. 실현가능성이 충분하기에 마을임원들 사이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었다. 행정적 관점이 이를 뒤쫓아 가고 있는 지 의문이지만. 김신홍(44) 청년회장에게 폐기물처리장이 떠나버릴 지역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 좋을 지 복안을 물었다. 대답은 이렇다. "청년회 차원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논의의 큰 흐름은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생태공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관광자원화를 목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분명한 테마를 가지고 창의적인 공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쓰레기매립 장소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요구하는 것. 쓰레기매립 이후에 뒤처리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면 거부감은 불필요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 공동소유였던 꽃상여가 탐라문화제 준비를 위해 동사무소에 등장했다.

박인하(57)동장에게 30년 뒤 봉개동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60년 전에 이웃과 형제자매처럼 살던 마을공동체의 모습이 복원되어 있을 것입니다. 외형적 발전에 걸맞은 삶의 질 향상은 제주의 전통적 마을문화 속에서 찾아야합니다." 이주해 들어오는 주민들을 봉개동의 각 마을에서 이웃의 정으로 품어주고 함께 마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손잡고 나간다면 가능한 일이다. 도시화가 급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견되는 봉개동이 잃지 않으려는 것은 마을공동체정신이라는 것. '이웃사촌 봉개동'이란 슬로건은 현실이 될 것이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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