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쉬어간다는 것

[하루를 시작하며]쉬어간다는 것
  • 입력 : 2016. 10.12(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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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제주를 비롯한 많은 지역의 피해 사례와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주말에도 한 차례 비가 내렸다. 여름의 잔상이 남지 않는 이번 가을은 유난히 겨울이 빨리 오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로부터 가을은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로 기후가 매우 좋은 시점임을 형용하여 이르거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이른다. 그만큼 활동하기에 가장 유용한 계절인 만큼 힘들고 지쳤던 몸을 일으킬 수 있는 훌륭한 계절인 셈이다. 한여름 폭염을 피하느라 얇게만 입었던 옷에 가벼운 웃옷을 걸쳐 입고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면 어디론가 걷고 싶어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머릿결처럼 닫혀있던 마음도 흩날리는 이 가을. 특히 가을의 제주는 마음을 편안히 잘 다스려줄 수 있는 곳으로 일상에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자동차보다는 자전거, 자전거보다는 걷기에 알맞은 우리의 태초의 여행인 '쉼'을 추천해볼까 한다.

제주 가을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억새'가 아닐까. 제주 곳곳에 자라나 있는 억새는 오름을 올라가기에도 경치를 바라보기에도 아름다운 가을을 만들어준다. 억새가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면 상념에 젖게 된다. 마음속에 담긴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며 또 다른 시작을 다짐하게 되는 고마운 억새이다.

요즘 제주는 해안도로를 따라서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첫 번째로 신창 해안도로이다. 한경면 신창리에 위치한 해안도로에 억새가 무성히 자라있어 드라이브하면서도 볼 수 있으며 풍력발전기와 함께 자라나 있는 억새의 배경이 장관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두 번째로는 올레 1코스 종달리 소금밭길이다. 이곳에서 소금을 볼 수 없지만 갈대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의 갈대가 있는 곳으로 걷기에도 좋고 드라이브에도 적합한 장소로 꼽히고 있다.

또한 제주의 석양은 제주 특유의 바다색과 아름다운 경치가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훌륭한 여행 코스이다. 특히 가을의 제주 석양은 그 색이 비상할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에 각광받기 좋은 여행지다. 요즘 가장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한담해안산책로는 수많은 카페는 물론 석양을 볼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다. 잘 가꿔진 편안한 산책로와 석양은 제주 바다를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만들어주기에 탁월한 매력을 보여 주고 있다.

두 번째 석양지는 저지오름이다. 저지오름은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오름으로 오르기에는 조금 힘들지만 제주 남쪽의 경관과 함께 펼쳐지는 석양은 오름에 정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웅장함 그 자체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단, 이곳은 석양을 보러 올라갔을 때 내려올 때는 어두우니 혼자가 아닌 여럿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오름과 석양이 주는 풍족함이 어두운 길 내내 선명하게 비치도록 해줄 것이다.

이 외에도 제주는 선명한 가을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굉장히 많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현재는 사람들이 가장 살기 힘든 시대라고 한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쉬어가라는 말에도 지쳐버린 그들에게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는 가을 여행에 제주를 선택함이 어떨까 한다. '쉼'이라는 것이 남들과 다르지 않은 나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아침이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는다. 바람이 하늘에서 흘러 몸으로 닿아온다. 산다는 것이 참으로 무겁지만 살 수 있다는 것이 축복으로 느껴지는 이 계절, 모두에게 '쉼'을 선물하고 싶다.

<강유나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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