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복정 동화작가의 제주어 장편동화 '뚜럼허당'이 나왔다. '뚜럼'은 행동이 굼뜨고 약간 모자란 듯한 사람을 이르는 제주어다. 표준어로 풀어보면 '바보 같으니라고'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만 비난보다는 정감 어린 표현이다.
이 책에서는 뚜럼이 둘이다. 주인공 순덕이의 별명이 바로 뚜럼이고, 순덕이네 집에서 기르는 똥돼지의 이름도 뚜럼이다. 동화의 첫 장면은 서로 앙숙인 두 뚜럼의 대치로부터 시작된다. 과연 두 뚜럼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책에는 '뚜럼허당', '가시낭밧 하르방', '곱음재기 할 사름 이디 붙으라', '지넹이 심으레 가게', '소분하는 날', '대학나무', '도야지 잡는 날'이라는 7개의 장에 제주의 향토색이 짙게 밴 삽화들이 함께 수록됐다. 특히 대화 부분은 모두 제주어로 표현했으며, 표준어 대역을 함께 실어서 이해를 도왔다.
동화이지만 어린이뿐만 아니라 제주의 옛 풍경과 문화 속에서 자란 어른들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 많은 정책과 행사들이 시행되는 요즘 독서와 제주어 공부를 함께할 수 있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제주어 동화이다. 부복정 글·한항선 그림. 도서출판 한그루.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