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여곡절을 거듭하다 추진되고 있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제주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오라관광단지 사업은 1997년 제주도종합개발계획상 오라관광지로 확정됐으나 2015년 5월28일 자로 개발사업 시행승인이 취소됐다가 새롭게 시작됐다는 배경과 아울러 개발형식에 있어서도 해발 350~580m 중산간에 제주 역사상 최대규모의 개발사업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우려하고 경제계와 지역주민은 찬성하고 있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것 같다. 시민단체와 경제계, 지역주민의 주장 모두 나름대로 합리적인 내용이라 생각된다. 원 도정 역시 청정과 공존이라는 핵심가치의 기반 위에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행정적인 절차과정을 지켜보면서 좀 더 적극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응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 개발사업 시행승인 취소 이후의 대응문제이다. 2015년 개발사업시행승인 취소 이후 오랫동안 투자개발이 미흡했거나 경관 및 환경에 민감한 지역의 개발진흥지구, 관광진흥지구에 대하여 재정비를 서둘렀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 대한 문제도 아쉬움이 남는다.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는 행정으로부터 위임받은 심의조직으로 행정처분권을 갖는 위원회이다.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행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에서 결정한 조건부 동의가 재심의를 통해 권고사항으로 변경되는 것은 일반시민들이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 부분이다. 이는 위원회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흠이 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도로중심의 중산간 개발가이드라인이 적절했는지의 문제이다. 원희룡 지사가 개발로 인해 중산간의 훼손을 막기 위해 2014년 발표한 소위 '중산간 개발가이드라인'은 평화로, 산록남로, 서성로, 남조로, 비자림로, 5.16로, 산록북로, 1100로, 산록서로 각 일부 구간을 연결하는 한라산 방면 지역이다. 개발가이드라인은 상징적인 의미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중산간지역의 환경과 경관가치를 고려해 설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사업의 심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오라관광단지는 한라산 국립공원지역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하수, 경관, 생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김태환 도정과 우근민 도정 때부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되었던 중산간지역의 지하수, 경관, 생태 GIS 등급의 상향조정작업이 몇 분의 도지사가 바뀌는 동안 행정에서는 왜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넷째, 왜 환경총량제 도입을 서두르지 않았는지 이 문제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환경총량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고 연구결과도 수년 전에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구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환경총량제가 좀 더 일찍 적용됐다면 시민단체와 사업주, 지역주민 간의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최근 청정과 공존에 기반을 둔 원 도정의 정책적 가치 기준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실천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갖는 시민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점을 원 도정은 인지해야 할 때이다. 사실 주어진 시간과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치밀하고 세련된 개발정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