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진화를 선호한다. 이런 욕구가 과연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서 GMO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인종을 만들게 될 것인가? 복제 양 돌리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 아직 유전자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른 2016년 9월 미국의 한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엄마가 둘, 아빠가 한 명인 '세 부모(세 명의 유전 형질을 갖춘) 아이'를 공개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유전학은 가장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우수하고 생산성이 좋은 유전자변형 동식물은 실제 생활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으며, 체외수정을 통한 시험관 아이는 500만명이 넘게 태어났다. 이미 인간은 유전자변형과 복제인간의 시대 문 앞까지 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런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인가?

저자인 폴 뇌플러는 서문에 유전학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의 관점이 아니라 찬반양론을 공정하고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유전자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집필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전학의 발달로 탄생한 시험관 아이는 불임이나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이를 윤리적으로 비난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 기술을 이용해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성별과 특징까지 부모가 결정 짓는 것이 과연 옳을까? 또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를 그대로 배낀 복제 인간을 순수한 인간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어떻게 시험관 아이, 혹은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유전자 변형 과정에서 비롯되는 실패와 부작용도 함께 보여준다. 나아가 맞춤형 아이를 넘어 악용되는 사례와 멸종동물 복원 프로젝트, 유전자 변형 동물들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세세하게 짚고 넘어간다. 폴 뇌풀러 지음. 김보은 옮김. 반니.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