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시작하며]만들어진 전통 그리고 올린 머리

[하루를시작하며]만들어진 전통 그리고 올린 머리
  • 입력 : 2016. 12.14(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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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아는 유럽 왕실의 의례와 국경일 그리고 여러 상징물들이 사실은 창조되어진 것이라 한다면 어떤가?

영국의 학자 에릭 홉스봄은 그의 책 'The Invention of Tradition'이라는 책을 통해 '전통의 창조'라는 말을 쓴다. 그동안 오랜 역사로 알며 그 가치를 추앙하던 것들이 사실은 19~20세기 초에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1887년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50주년 기념식은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행사로 성대히 치러진다. 이는 산업화에 의해 급변하는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정당성을 갖춘 구심점으로 공식의례를 발명해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태극기를 보거나 올림픽 메달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가슴이 뭉클했던 경험이 있다면 정체성 공유를 통한 유대감이 어떤 것인지 알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배계층은 집단의 복종과 충성심을 확보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시기 독일, 일본 등 나라마다 국기, 국가, 국경일 등이 탄생했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각각 입장이 다른 개인들을 공통으로 엮어내기 위해서는 역사적 기억을 현재로 끄집어내고 이를 고착화시키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초등교육이 기초가 된다. 일관되게 주입되는 교육을 통해 선택받은 역사는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 다음은 공식의례의 생성이다. 이를 통해 권위와 정당성을 부여한다. 또한 동상 등의 공식기념물을 통해 각인시키고 대중화한다. 이로써 만들어진 전통은 우리사회에 완전히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된다.

최근 우리사회를 패닉상태로 몰아간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이 '만들어진 전통'의 전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올린 머리 역시 이와 같은 원리이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한 올린 머리를 통해 과거 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였다. 어머니의 이미지와 함께 '불쌍한 큰 영애'라는 동정심까지 얻어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를 검증하려 들지 않았다. 선거 때 마다 묻지마 식 몰아주기가 이어지며 선거의 여왕이 되더니 드디어 대통령으로까지 등극하였다.

그 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신화화하는 전통의 창조에 골몰한다.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교육을 주입시키고 각종 기념행사와 수없이 세워지는 박정희 동상으로 아버지를 우상화시켰다. 어쩌면 영원히 깰 수 없는 신화로 고착화될 뻔하였다. 하지만, 그 올 린머리는 결국 화근이 되어 돌아왔다. 화장과 올린 머리를 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신화 창조 법칙은 위선, 불통, 허영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또한 여기에 더해 안타까운 것은 여성 지도자에 대한 불신의 확산이다.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으로 일궈낸 성과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려버렸다. 대부분의 일하는 여성들은 한가하지 않다. 미용에 집착할 시간이 없다. 더욱이 책임자가 된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통령의 과도한 미용에 대한 집착으로 "여자들은 다 그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이 역시 잘못된 역사의 창조이다.

만들어진 역사에는 항상 의도가 깔려있다. 이를 간파해내는 것은 대중의 몫이다. 더 이상 허상에 속지 않는 혜안이 필요하다. 어둠에 촛불을 밝히듯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눈과 귀를 번쩍 뜨고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이는 우리 미래의 희망을 위한 의무이다. <조미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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