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15)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15)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새로움 향해 실험하는 마을… '도전의 씨앗' 뿌리다
  • 입력 : 2016. 12.20(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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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굼부리 정상에서 교래리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위)과 토종닭 특구마을 식당가를 인근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아래).

13개 마을과 잇닿아 있는 교래리…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
토종닭 특구마을·제주형 비즈니스 커뮤니티 사업 등 추진
"전봇대 없는 마을 꿈꿔… 표고버섯 재배로 마을브랜드화"



높고 큰 마을이다. 옛이름 '도(닥)리'다. 다리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지만 너른 초원을 가진 들판을 이르는 제주어에서 유래했다. '교래'라는 명칭의 탐라순력도(1702) 교래대렵(橋來大獵)이라는 제주삼읍 수령이 모두 참가하고 마군 200명, 보졸400명, 포수 120명이 대규모로 사냥하는 그림에 이미 등장하고 있다. 마을의 위치와 규모는 조선시대 관영 목마장에 관한 역사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10소장으로 관리지역을 구분하고 한라산 동쪽 해발 고도가 더 높은 지역에 산마장(山馬場)을 설치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목축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시기에 경작을 원하는 백성들의 탄원을 받아들여 화전을 허락했다. 산마장을 마장세 징수 차원에서 침장(針場), 상장(上場), 녹산장(鹿山場)으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지도를 그려 경작을 허용하는 지역과 금지하는 지역으로 나눈 것이다. 교래리는 그 중에 '침장'이었던 곳, 대부분이 지금의 마을 영역과 겹친다. 목자와 화전민들의 마을이었다.

마을의 이미지를 알려주는 마을 홍보아치.

오름들의 흐름을 따라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가며 바라보면 해발 1400m에 육박하는 흙붉은오름과 사라오름, 돌오름에서부터 어후오름, 넙거리오름, 샛궤팬이오름, 궤펜이오름, 물찻오름, 말찻오름, 지그리오름, 족은지그리오름, 바농오름, 돔배오름, 족은방애오름, 산굼부리, 까끄레기오름 등이 있다. 다른 마을과 경계를 이루는 오름들까지 포함해서다. 제주에서 교래리보다 많은 마을과 잇닿아 있는 마을은 없을 것이다. 무려 13개 마을이 교래리를 에워싸고 있다. 한라산 성판악코스를 오르는 길 대부분이 교래리 지경이라고 생각하면 상부에서 북쪽에 아라동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봉개동, 회천동, 와흘리, 대흘리, 선흘리, 덕천리, 송당리, 가시리, 수망리, 한남리, 신례리, 하례리가 있다. 산남과 산북을 이어주는 마을.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라는 사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래리는 산북에서 시작해 산남으로 흐르는 제주에서 가장 긴 천미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한라산 동동북 지대에서 작은 물줄기가 발원해 세 갈래로 흘러내려오다가 농경지가 있는 지역에서 하나로 합쳐지게 되면 규모 있는 냇가가 된다. 대천동으로 흘러가면서 산남으로 흐르고 성읍리와 신풍리를 지나 표선면 하천리과 성산읍 신천리 사이로 남쪽 바다와 만난다. 유일하게 산북에서 시작해 산남으로 흐르는 제주에서 가장 긴 천미천이 실질적으로 교래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홍자(78) 노인회장은 교래리 여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예로부터 교래리 출신 며느리를 들이면 집안이 흥한다고 했어요. 착하니까. 착한 것이 따로 있나? 밭일 억세게 잘하면 그게 제일 착한 것이지. 교래리 여자들은 부지런한 것이 자랑입니다. 그것도 4·3 이전에 주로 듣던 이야기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선흘리 다음으로 사람이 많이 살던 마을이었는데 마을이 불타고 모두들 내려가서 살다가 돌아온 사람은 열 집에 한 집 정도라서 옛 모습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위치로 보나 마을 면적으로 봐도 대촌의 면모를 가졌던 교래리가 4·3 광풍에 조상 대대로 함께 살아오던 주민들이 흩어지게 되는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다. 지금도 외부에서 들어와 살아가는 주민과 대대로 살아온 주민 비율이 9:1 정도라고 한다. 강점도 있다. 이주민들이 새로운 마인드를 가지고 다양한 생각들을 융합해 마을만들기 사업과 같은 일에서 획기적인 발전전략을 구현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양상호 이장

양상호(69) 이장이 밝히는 당면과제와 숙원사업은 이렇다. "가장 큰 마을 현안이 있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 증산을 위해 새로운 전기선로 증설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한전과 협의해 일방적으로 하다가 주민반발에 부딪쳐 중단된 상태입니다. 주민들의 총의에 의한 주장은 간명합니다. '지중화 하라.' 엄청난 흑자를 내는 삼다수가 전원적인 이미지로 각광 받고 있고 청정지역 교래리를 위해 지중화로 기여해달라는 것입니다. 공기업이면 사기업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윤 추구에 앞서서 공익적 관점에서 마을과 상생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설명회와 같은 절차도 없이 이뤄진 일이다보니 '무시당했다'는 감정이 폭발한 것.

산굼부리에도 겨울이 왔다.

나봉길(60) 마을회 감사에게서 마을만들기 사업과 관련해 준비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몇 년전부터 토종닭 특구마을로 마을이미지를 부여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기반으로 단계별 지원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제주형 비즈니스 커뮤니티'사업에 도전해 주민 역량강화 과정을 의욕적으로 수행했습니다. 1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을발전 방향에 대한 주민들의 논의와 결정이 있었습니다. 교래리의 장점과 강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 있게 고민하고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교래리가 가지고 있는 청정환경 여건을 극대화하면서 소득형 사업방향을 설정했습니다. 해발400m 고지대이기 때문에 습도가 좋기 때문에 표고버섯을 재배해 마을브랜드화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마을에 들어와 대규모 버섯재배 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비롯해 다각도의 협력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습니다. 전원마을 분위기를 살리면서 실속있는 소득사업을 추진해 보다 진취적인 사업들을 펼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집들을 보면서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교래리. 내부에서는 새로운 도전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관광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라는 의미다. 천연기념물 제263호 산굼부리 분화구를 비롯해 교래자연휴양림과 제주돌문화공원, 에코랜드테마파크 등 자연과 이난이 만나는 형식도 다양하다. 교래리에 이주해 살기 시작한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지역발전 욕구와 생활터전에 대한 애정은 자연주의에 있다. 시설 확대가 아니라 보존을 통한 부가가치 극대화 작업. 그러한 자각의 몸부림과 의지가 '전봇대 없는 교래리'를 꿈꾸는 것이리라.

<공공미술가><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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