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2006년 대한민국 유일의 '특별자치도'로 출발한 지 10년이 되는 2016년이 저물고 있다. 최근에 필자는 어느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자로부터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은 빌레못동굴의 발견 이후로 제주에서 가장 역사적인 일로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발언은 단 몇 초 지나가는 말에 불과했지만 내게는 참 충격적으로 들렸다. 외부인들이 바라보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이토록 '특별'한가? 그들은 제주특별자치도에 무엇을 기대하며, 과연 무엇이 제주를 '특별'하게 하는가?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이라는 빌레못동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그 동굴에 준하는 기념비적인 제주도로 우리는 잘 가고 있는가? 그런 생각에 붙들리게 되었다.
'특별한 것을 만들어 보세요' 외부로부터의 이러한 주문은 여성·가족정책 분야에서도 종종 듣는다. 예컨대, 저출산 시대에 일과 가정의 삶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외부의 한 전문가는 제주에서 일과 가정생활이 조화롭게 양립되는 시범 마을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한다. 지역사회에서 자녀의 돌봄 망이 촘촘하게 구비되고, 부모가 일하는 인근 직장에서는 가족친화적인 복지제도가 잘 시행되어 부모가 더 즐겁게 일하게 됨으로써 기업과 가족이 상생하는 마을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이처럼 외부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외부인의 제주에 대한 동경이 과거에 자연환경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행정의 자치 권한을 가지게 된 제주가 주민들에게 체감되는 좋은 제도들을 만들고 그 제도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력 있게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은 기대 말이다.
행정의 자치 권한 확보가 도민의 삶의 질 증진으로 가시화되는 제주, 이것은 10년 생일을 맞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내부적 고민이기도 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출범 10년 동안 행정상의 자치 분권 구현과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하여 5차례의 제도개선을 통해 4,537건의 중앙권한을 이양하였다. 이를 통해 행정의 자율성 확대, 핵심 산업 육성 토대 마련, 투자유치 및 관광객 증가 등의 거시적 성과를 이루었다. 자치도의 출범 10년이 규모의 확대에 치중했다면 이제 향후 과제는 도민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한 질적인 성과 확대에 기울이는 데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현재 6단계 제도 개선 중에 있는데, 그 1과제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조 '목적 규정'에 '도민의 복리증진' 조항을 추가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도민 복리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를 만들고, 이를 실행할 과제들을 촘촘히 만드는 일이다. 제주가 풀어야 할 시급한 복리 문제가 무엇이며, 이를 풀어나가는 정책 결정의 과정에 주민의 참여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성 분야에서 보자면, 여성 임금근로자의 52.8%가 비정규직이고 50.5%가 저임금근로자인 고용 현실, 인구 대비 성폭력 발생 건수가 전국 최고이며, 안전 분야의 성평등 지수가 전국 최하위인 현실, 여성 고용률이 전국 최고이지만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가 정착되기 어려운 기업환경을 어떻게 개선시켜 나갈 것인가 등의 문제들을 지역사회와 함께 우선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도민의 복리증진'이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1조에 명시될 2017년 새해에는 제주도와 도민이 '특별한' 제주를 만드는 꿈을 함께 꾸고 실현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