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덕로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면 어떠냐, 관덕정 광장 복원에 대한 의견을 쓰라, 뭐 그런 설문 조사하러 나왔다는데 딱 지들에게 필요한 것만 답하라는 거야. 그럴거면 그냥 지들 만들고 싶은대로 만드는 거지. 언제는 안 그랬어? 말만 앞서는 시끄러운 짓들이라니. 도대체 누가 돈 대는 거야, 혹시 우리가 낸 세금으로 하는 거? 그렇다면 마냥 앉아만 있을 일이 아니네.", "2월 8일 오후 2시에 삼도동 사무소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던데 나는 안 갈 거야. 어차피 내 의견은 반영이 안 될 텐데 바쁜 시간에 장사까지 접고 간단 말야, 네가 대신 가보고 글 좀 써 주라". 요우커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관덕정 일대 중앙로 상인 일부가 보인 제주도도시재생지원센터의 설문조사에 대한 반응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도시공동화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전략계획 및 활성화 계획' 중 두 번째 실시하려는 '관덕정광장 복원사업'의 내용인 서문로터리~중앙로터리까지 500m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해 상시 문화·예술축제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이곳 상인들에게는 지금 막 진통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 있다. 오는 2025년까지 국비와 도비 등 막강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 계획은 사업자들에게는 뜨거운 관심사지만 정작 마땅히 누려야 할 '민'들에게는 아직 체감온도가 너무 낮다. 남의 일처럼 아득하기만 할 따름이다. 이렇게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에겐 힘 있는 파트너가 절실하다.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언론 역시 제주도정의 광고매체로 전락했는지 혹은 저들도 알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보여주지 않는다. 도정의 미숙한 행정을 들키고 싶지 않다거나, 사업의 주체들끼리만 나눠 먹고 싶은 꿀단지가 있다거나, 비선실세가 따로 있다거나, 불투명해서 도무지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없는 '민'들에겐 턱없이 높아 따먹지 못하는 '여우와 신 포도'일 뿐이다.
도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 아래 실시되는 공청회는 늘 입에 풀칠하기가 바쁜 정점의 시간에 실시된다. 정황으로만 보면 '오지 말라'는 명령이다. '관명'이면 귀신도 어쩔 수가 없다. 공무원들은 불참석한 '민'들을 대신하여 도정의 뜻대로 의견을 수렴했고, '민'들은 그저 착하게 따른다는 뜻이고 그래서 사이가 참 썰렁하게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인데, 문제가 터지면 당연히 무관심하고 무지한 '민'들의 몫이다. 그렇게 개발이익은 다시 발 빠르고 영악한 외지인 사업가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런 지긋지긋한 윤회의 고리를 '민'들은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개발 계획에 앞서 십 년 넘게 '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면서 단 한 사람도 손해 보지 않게 '민'들을 가까이 이해하고 기꺼이 참여할 때까지 끝끝내 설득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완성하는 '민주'라는 초심을 잃지 않아 더없이 부러운 유럽 선진국의 여느 풍경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들의 정책회의는 업무일과가 끝난 오후 늦은 시간에 열린다. '관'과 '민'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공동체적 삶과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열기가 새로운 역사의 장으로 바꿔놓는다.
과거 '탐라국 입춘굿놀이'에서 보여줬던 국왕이 직접 소를 몰고 춘경의 첫 삽을 뜨는 그 풍경도 이러했을 것이다. 민관합작의 대행정을 다 잊어버린 지금 제주도는 전국에 일렁이는 촛불집회처럼 언제 탄핵 정국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 이제부터라도 '진정 살아있는 제주인들 모두가 뜨겁게 공감하는 키워드'를 다시 찾아 관민 모두가 합심하여 '돈 버는 제주'가 아닌 '사람 사는 제주'를 만들기 위한 발판을 입춘절 맞이하듯 새로 짜야 할 것이다. <고춘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