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지켰지만 갈 길은 먼 듯하다. 제주지역 중소기업 공동 상표인 '제주마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제주 공동 브랜드인 'JQ 마크' 인증 제도를 시행하며 제주마씸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결국엔 '현행 유지'로 방향을 틀었다. 제주마씸 회원사들의 반발이 거셌던 탓이다. 이제 막 만들어진 JQ 마크가 제주마씸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한 이유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마씸은 10여년간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눈도장을 찍어왔다. 이는 제주마씸 전문 매장의 매출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2013년 14억7100만원이던 매출액은 2014년 23억6100만원, 2015년 24억1200만원으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제주마씸은 제 이름을 지켰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일부 업체의 상표 남용 등의 사례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제주도의 관리 소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제주마씸 참여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하고 상표를 남용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한 업체 6곳을 적발했다.
상표 사용과 함께 품질 기준에 대한 관리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제주마씸 참여 업체를 재지정하는 과정에서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 같은 필요성이 더해진다. 제주마씸 참여 업체로 선정된 뒤 품질 위생 관리 등의 기준에 못 미쳐 탈락한 업체는 2014년 2곳에서 2015년 5곳, 2016년 6곳으로 늘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제주마씸 참여업체는 2013년 119곳에서 2014년 121곳, 2015년 126곳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116곳으로 처음 감소했다.
상표 사용과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동안 유지해 온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름을 지킨 제주마씸, 그리고 제주도가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김지은 경제부 기자>